사우디 오일머니에 막힌 엑스포의 꿈... 고개 떨군 한국 대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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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뛰었는데."
부산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가 실패로 끝난 28일 오후 5시 20분(현지시간·한국 시간 29일 오전 1시 20분),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린 프랑스 파리 팔레드콩그레에 모인 한국 대표단에선 탄식이 흘러 나왔다.
한국 외교가 자랑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연사로 나서 유엔의 지속 가능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부산 엑스포가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유치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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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서 90표 차로 리야드에 패배
"열심히 뛰었는데…."
부산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가 실패로 끝난 28일 오후 5시 20분(현지시간·한국 시간 29일 오전 1시 20분),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린 프랑스 파리 팔레드콩그레에 모인 한국 대표단에선 탄식이 흘러 나왔다. 1차 투표에서 압도적 표차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개최지로 선정된 순간이었다.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지난 509일간 펼친 부산 엑스포 유치전의 대장정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이날 발표장에 울려 퍼진 사우디 대표단의 환호성에 한국 대표단은 패배를 실감했다. 1차 투표 결과 부산이 얻은 득표 수는 29표. 리야드(119표)엔 무려 90표 뒤졌다. 부산은 17표를 얻은 이탈리아 로마를 12표 차로 제쳤지만, 리야드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리야드가 개최지로 결정되는 순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한국 대표단은 말이 없었고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서로를 다독였고, 부산 개최를 위해 밤낮으로 뛴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했다. 한 총리는 이날 결과에 대해 "국민 성원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출발부터 열세였다. 대결 상대는 막강했다. 개최지로 선정된 사우디는 '오일머니'를 앞세웠고, 이탈리아는 앞서 사우디 지지를 선언한 프랑스를 제외하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었다. 특히 사우디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주도로 '억압적인 인권 침해 국가'란 평판을 없애기 위해 엑스포 개최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사우디는 이번 엑스포 유치전에 78억 달러(약 10조 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당초 외신들도 사우디와 한국 간 팽팽한 경쟁을 예상했다. 프랑스 매체 르피가로는 "두 달 전만 해도 사우디가 유리해 보였지만, 한국의 성공적인 홍보 활동으로 치열한 경쟁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사우디에 이어 2위로 결선 투표 진출을 자신했던 이탈리아에서도 최근 들어 "한국이 이탈리아를 제치고 결선 투표에 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패색이 짙어지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BIE 총회에 불참했다.
한국 대표단은 한 표라도 더 끌어오기 위한 막판 설득에 집중했다. 개최지 발표 직전 최종 프리젠테이션(PT)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한국 외교가 자랑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연사로 나서 유엔의 지속 가능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부산 엑스포가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유치를 호소했다. 반 전 총장은 "한국은 최부국과 최빈국 사이 격차를 해소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부산은 목적지가 아닌 미래로 가는 새 여정의 강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나승연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도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박 시장은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 청년 5명과 함께 연단에 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표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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