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30’ 실패했지만 그 노력은 새 꿈의 씨앗

2023. 11. 29.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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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와 막판 선전 끝 아쉬운 결과
‘코리아 원팀’ 엑스포 경험 귀한 자산
도전은 2035년으로 잠시 미뤘을 뿐

부산이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오늘 새벽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부산은 1차 투표에 참석한 165개국 중 29표를 얻는데 그쳤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는 119표로 다른 두 도시를 압도하며 2030엑스포 개최지로 최종 확정됐다. 로마(이탈리아)는 17표를 획득했다. 부산은 당초 1차 투표에서 리야드의 3분의 2 득표를 저지한 뒤 2차 투표에서 3위인 로마 표를 흡수해 극적인 대역전극을 연출한다는 전략이었으나, 결국 ‘오일 파워’를 이기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 엑스포 유치 성공으로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2034년 월드컵, 2035년 하계 아시안게임 등 메가 이벤트를 독식했다. 아쉽지만 부산의 도전은 2035년으로 잠시 미뤄졌다.

부산과 리야드의 경쟁은 결코 의미가 작지 않다. 부산이 리야드보다 엑스포 유치전에 늦게 뛰어든 만큼 초반에는 절대 약세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유치신청서 접수 이후 민관이 꾸린 ‘코리아 원팀’의 선방으로 마지막엔 박빙으로까지 평가됐다. 하지만 ‘오일 머니’의 공세는 역시 거셌다. 이미 중동을 우군으로 둔 사우디아라비아는 250억 달러(33조 원)짜리 선물 보따리를 안기며 회원 수가 많은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했다. 부산도 상당액의 공적원조를 약속하고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전수한다’는 전술을 썼으나 역부족이었다.

비록 2030엑스포 도전이 실패로 끝났지만, 과정까지 실패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특정 국제행사를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 관료와 민간이 이만큼 한몸처럼 전력질주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지난 1년 6개월간 정부와 민간이 접촉한 BIE 회원국 관계자는 3500명 가깝다. 이들이 이동한 거리는 2000만㎞에 달한다. 무려 지구 500바퀴다. 지구촌 전체를 샅샅이 누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를 국정과제로 규정하고, 4차 프레젠테이션(PT)에는 깜짝 연사로 등장해 간절한 유치 열망을 피력했다. 정부유치위원장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파리에서 살다시피 했다. 대기업 총수들은 기업별로 나라를 배정해 기존 네트워크를 풀가동하며 설득전에 나섰다. 민간유치위원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목발 투혼까지 발휘했다. 사사건건 대립하던 정치권도 엑스포 유치에는 여야가 없었다. 온 나라가 엑스포 유치라는 구호 아래 똘똘 뭉친 감격적인 장면이었다. 부산으로선 중앙정부와 타지역, 재계와 시민단체의 전폭적인 성원을 받았다. 이 경험을 부산이 지역과 분야를 넘어 전체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디딤돌로 삼아도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엑스포 유치전은 부산의 가치 상승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세계에 부산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각인한 것이다. 유무형의 광고효과는 어마어마하다. 그간 별 인연이 없던 나라나 도시와의 연결통로도 생겼다. 엑스포가 아니었다면 태평양 도서국이나 카리브 공동체와의 접점을 쉽게 만들 수 없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부산을 직접 방문해 활기를 눈으로 확인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국제도시로 우뚝 서기까지 부산의 역사는 숱한 나라에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것이다. 한국의 외교자산이자 부산의 외교자산이다.

엑스포와 상관 없이 정부와 부산시의 할 일은 산더미다. 가덕신공항은 2029년에 반드시 완공해야 한다. 엑스포 개최지로 지목된 북항은 개발에 속도를 더 붙여야 한다. 오페라하우스는 물론 2, 3단계도 청사진대로 진행되어야 마땅하다. 147년 만에 시민에게 돌아온 친수공간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가덕신공항과 북항 일대를 연결하는 초고속 교통망도 시급하다. 부산을 서울과 함께 대한민국의 또 다른 발전축으로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약속 역시 차질 없이 이행되길 바란다.

대형 국제행사 유치를 단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3수 끝에 단맛을 봤다. 2035년은 중국이 엑스포를 추진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못지 않은 강적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2030 유치전에서 쌓은 충분한 노하우가 있다. 부산이 엑스포 유치를 공식화한 2014년부터 지난 9년간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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