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부산이 아이고”···엑스포 유치 실패한 부산 ‘침통’
“와, 부산이 아이고. 참말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선정된 29일 새벽 1시30분. 1000여 명이 모여 밤샘 응원전을 펼쳤던 부산시민회관은 침통함으로 가득 찼다. 프랑스 파리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대형 스크린에서 ‘BUSAN’이 아닌 사우디의 ‘RIYADH’라는 영문이 뜨자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했던 회관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일부 시민들은 ‘부산이 뭐가 부족하단 말이고’ ‘오일머니 때문에 도둑 맞은 거 아이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시민은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개최지 발표 직전 초조하게 두 손을 모아 기도했던 남영주씨(55)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너무나 실망스럽다”라며 “부산이 모든 것을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석연찮은 성적표를 받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부산시민회관은 전날(28일) 오후 8시30분부터 엑스포 유치 기대감에 들뜬 시민들이 모여 엑스포 유치 응원전을 펼쳤던 곳이다. 시민들은 손에 발광다이오드(LED) 부채와 ‘오늘, 부산이다’라고 적은 깃발을 리듬에 맞춰 좌우로 쉴 새 없이 흔들며 엑스포 유치를 간절히 기원했다.
정부와 재계, 부산시 등 민관이 하나가 된 ‘코리아 원팀’의 현지 프레젠테이션(PT) 발표 때는 우뢰와 같았던 함성을 뒤로 하고 대형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했다. PT를 듣고 있던 한 시민은 두 손을 맞잡고 “제발, 제발”이라고 되뇌었고, 또다른 시민은 “그래, 부산 말고 어데 있겠노”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며 유치를 기원했다.
이덕진씨(55)는 “올해가 대전 엑스포 개최 30주년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대전의 바통을 부산이 이어받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물거품이 됐다”라며 허탈해했다.
앞서 부산시민들은 시민회관 외에 시내 곳곳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28일 오후 8시쯤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의 술집 곳곳에서는 ‘부산 아이가’ ‘함 봐라, 부산이 될끼다’라며 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인근 주택가는 부산유치 여부를 각종 미디어매체를 통해 지켜보려는 시민들이 각 가정 마다 늦은 시간까지 전등을 켜놓은 모습도 보였다.
부산 토박이라는 김성국씨(41)는 “석유자본을 앞세운 사우디가 유치를 위해 막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뉴스를 많이 접했다”라며 “오일머니 때문에 부산이 밀린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찝찝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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