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선거의 해 2024… 한국의 민주주의는
韓 ‘민주주의 정상회의’ 호스트로
글로벌 리더로 부끄럽지 않으려면
팬덤정치 경계… 공동선 추구해야
플라톤은 민주주의를 다수의 어리석은 자가 이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릇된 평등관과 이성 대신 욕망이 좌우하는 정치, 적절한 교육이 부재한 자의 비이성적 지배가 이 사회의 모습이다. 폭민정치에 따른 멋대로의 자유, 이에 따른 필연적인 혼란과 갈등이 수반한다.
100여년쯤 뒤 폴리비오스는 정치 구조의 순환에 주목했다. 군주가 부패하거나 정치를 잘못하면 폭동이 일어나 귀족이 통치하는 시대로 바뀐다. 귀족 집권 후에는 극소수의 지도자가 국가를 운영하는 과두제로 변질된다. 과두제 이후에는 시민정부다. 이때 포퓰리스트 위정자가 등장한다. 포퓰리즘에 표를 판 이들 덕에 그는 권력을 유지하지만 필연적으로 부패하고, 다시 폭동과 전복이 온다. 이런 과정의 반복과 순환이 정치다.
고대 민주주의 이야기지만 지금 상황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현대 민주주의 종주국 미국에서 괴상한 차림을 한 이들을 필두로 한 무리가 의회를 습격했다. 유럽과 남미에서는 좌·우 어느 한 편에 극단으로 기댄 인물이 득세하고 있다. 이들에게 민주주의 미덕인 대화와 타협, 다양성 존중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민주주의도 과거와 다르다. 일부 정치인을 우러르는 팬덤 현상이 그 신호 중 하나다.
해나 아렌트는 민주주의 틀을 비트는 폭민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를 강력하게 떠드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무리 지어 달려가 목소리를 더할 채비를 갖춘 다수의 성난 개인’이라고 정의했다. 최근 한국 정치판에 자주 출몰하는 어떤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다.
2024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4년은 선거의 해다.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해 내년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이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가 42억명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인 전체의 반 이상이 선거에 참여하는 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적었다.
신경 쓰이는 건 미국 대선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승기를 잡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기사에서 트럼프의 재집권이 ‘2024년 세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이라고 했다. “미국이 최악의 상황을 알면서도 트럼프를 뽑았기에 이 나라의 도덕적 권위가 쇠퇴할 것”이라는 게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가 다시 권좌에 오르면 왜 미국의 권위가 쇠퇴할까. 플라톤이 트럼프를 만났다면 이에 동의했을 것 같다. 플라톤은 인간이 동등하지 않으며 진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철인 왕으로 민중을 통치할 때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파했다.
트럼프는 절대 그런 유가 아니다. 트럼프의 미국은 모든 수입품에 관세 10%를 먹일 수 있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도 파기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도 포퓰리스트와 이상주의자를 절묘하게 조합해야 했던 미국 정통파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일종의 이상이다. 그래도 공산주의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이유는 전자보다 더 이성적이면서 현실에 부합하고 공공성을 지니고 품격이 있어서였다고 믿는다.
한국이 내년 3월 민주주의정상회의 호스트를 맡았다. 한국 민주주의가 그만한 자격을 갖췄는지가 의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선거국 76개 중 28개국이 민주적 투표 필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무늬만 민주주의 국가라고 분류했다. 러시아, 북한, 아프가니스탄 등이다. 한국도 이런 나라 쪽으로 점점 더 다가서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한국이 완전한 민주국가로, 일부 팬덤에 의한 폭민정치가 아닌 민주주의의 위험을 경계하며 이상일지언정 공동선을 추구하는 진짜 민주주의의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으면 좋겠다. 그 답은 폭민이 아닌 다수 대중이 갖고 있다. “양이 적은 물은 쉽게 썩지만, 많은 양의 물은 쉽게 썩지 않는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나기천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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