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예산 삭감, 경제성장 발목 잡는다[기고/박주헌]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23. 11. 28. 23:24 수정 2023. 11. 2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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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과거 만신창이가 된 원전 생태계의 회생을 위한 예산, 현재 일감 확보를 위한 원전 수출 예산, 미래 탄소중립을 대비한 혁신형 소형원전 연구개발 예산 모두가 삭감됐다.

원전의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짓밟혔다.

우리 경제의 특성상,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허구라는 사실은 학계의 다수 의견으로 예산 삭감을 주도한 야당 의원들도 모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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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원전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과거 만신창이가 된 원전 생태계의 회생을 위한 예산, 현재 일감 확보를 위한 원전 수출 예산, 미래 탄소중립을 대비한 혁신형 소형원전 연구개발 예산 모두가 삭감됐다. 원전의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짓밟혔다.

이쯤 되면 단순한 에너지 전환 차원의 탈원전 복귀가 아닌, 대한민국 체제 전환을 위한 투쟁 차원의 탈원전 선언은 아닌지 의문이다. 생태사회주의는 원전을 사회주의 건설의 걸림돌로 인식한다. 이들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모순, 즉 계급 모순에 의한 자본주의 붕괴가 지체되자 인간과 자연 사이의 모순을 파고들었다. 성장이 거듭될수록 더 많은 자연 자원이 필요하고 그만큼 자연생태계를 오염시키기 때문에, 성장의 가치를 중시하는 자본주의를 그대로 놓아 두고는 자연생태계를 보호할 수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대표적 사회주의 환경론자인 머리 북친은 “자본주의를 그대로 놓아둔 채 환경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배 밑바닥에 뚫린 구멍을 막지 않고 바가지로 물만 퍼내는 것과 같다”며 환경 보호를 위한 자본주의 타도를 주장했다.

한때 생태사회주의는 설득력을 얻는 듯했지만 20세기 중반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원전이 환경생태계를 크게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대량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것이다. 원전을 제거하지 않으면 인간과 자연 사이의 모순에 의한 자본주의 붕괴는 헛된 망상이 될 처지가 되었다. 생태사회주의가 반원전에 극렬히 매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도 반자본주의 투쟁으로서 반원전 운동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당 대표였던 금민은 “탈핵생태 사회로의 전환은 한국 좌파의 공통된 가치다”라고 설파했고, 한 사회주의적 인터넷 매체는 “반핵 투쟁은 자본주의를 폐기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으로 나아가는 교두보”라고 주장한 적도 있다.

실제로 탈원전은 반성장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창립자이고 한때 탈원전을 주장하기도 했던 패트릭 무어 박사도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 비중만 높이면 나라가 가난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2030년 기간 중 탈원전에 의한 전기요금 추가 부담액을 약 140조 원으로 추산한 바 있고, 한국경제연구원은 탈원전에 의한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감소율이 1.26%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가뜩이나 저성장이 뉴노멀로 굳어져 가고 있는 시점에서 탈원전에 의한 성장 감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지난 정부가 무작정 밀어붙인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조합은 200조 원이 넘는 한전 적자, 12조 원에 이르는 가스공사의 미수금, 재생에너지 간헐성에 의한 수급 불안 등 수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우리 경제의 특성상,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허구라는 사실은 학계의 다수 의견으로 예산 삭감을 주도한 야당 의원들도 모를 리 없다. 따라서 탈원전으로의 복귀는 단순히 재생에너지 편애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아마도 성장의 발목을 잡아야만 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것만 같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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