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의 얼굴에 ‘그늘’을 지워준 두 사람
신한은행 이경은·KB 김완수 감독
특별한 조언 아닌 짧은 한마디지만
심기일전할 수 있는 용기 줘 감사
지난 시즌 공황장애로 인해 거의 뛰지 못했던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의 간판 박지수(25·사진)는 올 시즌 건강히 돌아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박지수는 최근 몇 경기에서 표정이 밝지 않았다. 팀은 승승장구했지만, 자신의 득점과 야투 성공률 등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아산 우리은행과의 시즌 첫 대결에서 17점을 넣었지만 야투 성공률은 33.3%에 불과했던 박지수는 이후 부천 하나원큐(18점·43.8%), 부산 BNK(6점·42.9%), 하나원큐(15점·27.3%)로 이어진 3경기에서 전부 야투 성공률이 50%를 밑돌았다. 주로 골밑에서 확률 높은 득점을 올리는 박지수임을 감안하면 분명 좋지 않은 기록이다.
27일 우리은행전에서 50-45로 승리해 공동선두가 된 뒤 취재진과 만난 박지수도 이 부분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박지수는 “그동안 ‘오늘 몇개 던져서 몇개나 들어갔지?’ 생각하고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최근 표정이 안 좋았던 것도 생각만큼 득점과 야투 성공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앞선 경기들을 돌아봤다.
흔들렸던 박지수는 이날 우리은행전에서 18점(16리바운드)을 넣고 야투 성공률도 53.3%를 기록해 이전 경기들과 비교해 크게 끌어올렸다.
박지수가 다시 밝게 돌아오고 기록까지 끌어올린 데에는 두 사람의 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인천 신한은행의 최고참 이경은이다. 박지수는 “얼마 전에 (이)경은 언니한테서 톡이 왔다. 아시안게임 때 대표팀에서 언니랑 많은 얘기를 하면서 조언도 듣고 심리적으로 기대기도 했다”며 “언니가 표정이 너무 안 좋은데 무슨 일이 있냐고, 아픈 거 아니냐고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경은이 박지수에게 특별한 조언이나 충고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박지수는 주위의 관심과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다른 사람은 바로 김완수 KB 감독이다. 박지수는 “경기 전에 감독님이 따로 부르길래 처음에는 혼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은 뒤 “감독님이 (기록이) 얼마나 낮아진 것 같냐고 물었다. 그러더니 우리가 우승했던 시즌의 내 기록과 비교하며 득점과 야투 성공률이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스틸 등 다른 부분에서는 커리어하이를 찍고 있는 데다 내 평균이 있으니 자신있게 하라고 얘기했다”고 당시 상황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너도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완벽할 수 없다’고 했다. 정말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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