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방렴에 멸치 대신 정어리만…위기 맞은 어업유산
[KBS 창원] [앵커]
물살이 드나드는 바다에 대나무발 그물을 세워 물고기를 잡는 '죽방렴'은 500년 역사의 전통 어업 방식이자 국가 중요 어업유산인데요.
남해안에서는 요즘 '죽방렴'에 멸치 떼 대신 정어리 떼만 잡혀 어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박기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좁은 해협 곳곳에 'V'자 어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밀물과 썰물 차이를 이용해 대나무발 그물을 세워 멸치를 주로 잡는 '죽방렴'입니다.
국가 중요 어업유산이자, 4년 전 무형문화재로도 지정됐습니다.
25년째 죽방렴으로 멸치를 잡고 있는 박대규 씨.
매년 이맘 때쯤이면 그물 속에 멸치가 가득해야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멸치 구경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깁니다.
[박대규/남해 죽방렴 보존회 회장 : "잡을 게 없어요. 이맘때쯤 되면 멸치가 죽방렴에 가득 차서 사흘, 나흘 퍼다 날라야 하거든요."]
올해 남해안 죽방렴 멸치 생산량은 예년의 25% 수준.
경남 남해군의 23곳 죽방렴 모두 비슷한 상황입니다.
죽방렴에서 방금 끌어올린 그물입니다.
물메기와 정어리 몇 마리가 보이는데, 정작 대표 어종인 멸치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죽방렴엔 멸치 대신 값싼 정어리 떼가 가득 찼습니다.
어민들은 정어리 떼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여름철 남강댐 담수 방류로 염도도 낮아져 멸치 생육 환경이 악화된 것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경남의 멸치 생산량은 지난해 7만여 톤으로 2년 전보다 40% 이상 줄었고,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할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수온이 올라 멸치 떼가 흩어진 것을 주된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문성용/남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 "평년 대비 1.5도에서 2.5도 높은 고수온의 영향으로 멸치 어군들이 남해 주 어장 밖으로 분산되었고…."]
내년에는 세계농업유산 등재 심사를 앞둔 남해안 죽방렴, 어민들은 어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멸치 어자원 보호 강화 등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그래픽:박수홍
박기원 기자 (pr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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