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때문에 한국 망한다고?…바보야, 문제는 ‘노인 부양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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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완전히 망했네요(Korea is so screwed)."
김 교수는 "한국이 해결해야 할 인구 문제의 본질은 출산율이 아닌 부양비"라며 "연령별 분업에 기초한 이모작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체적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한국이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는 이유는.
―저출산이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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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80조 출산율제고 투입
실질적 개선 효과는 거의없어
현금준 佛도 출산율은 그대로
인구정책 부양비감소에 맞춰야
정년연장은 청년 취업에 충격
고령자 경제활동 참여 촉진하고
세대간 분업 정책으로 전환필요
◆ 매경이 만난 사람 / 문명사학 권위자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지난 7월 E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법대 명예교수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을 확인하자마자 내놓은 반응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이였고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통상 연말로 갈수록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0.6명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인구소멸 위기가 대한민국에 미칠 영향은 생산력과 성장률 저하, 국민연금, 의료비, 병역 문제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현재 정부와 국회, 언론, 학자들까지 저출산의 심각성을 이야기하지만 올바른 진단이나 대안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 교수의 해법은 지금까지의 출산율 제고 중심 해법들과는 궤가 틀리다.
김 교수는 “한국이 해결해야 할 인구 문제의 본질은 출산율이 아닌 부양비”라며 “연령별 분업에 기초한 이모작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체적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한국이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는 이유는.
▷청년들이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품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와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이스터린(R. Easterlin)의 상대소득이론에 따르면, 부부는 그들이 과거보다 장래 경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판단될 때 출산을 선택한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세를 지속해온 탓에 청년들은 그들의 자녀들이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없지 않을까 우려하게 된 것이다. 자녀들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청년층의 책임감이 출산율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지난 17년간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 380조원이라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됐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이 0.78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출산율 제고 정책은 참담한 실패인 셈이다. 지금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고 자녀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이들에게 출산지원금 몇 푼 쥐여주면 아이를 낳을 거라는 주장은 순진한 발상이다. 선진국에서도 이런 현금성 지원은 성공한 적이 없다. 혹자는 프랑스의 성공사례를 언급하지만 사실 정부지원에 의한 출산율이 올라간 것은 프랑스 여성들이 아니고 이민 온 알제리계 여성들이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를 국가사회적 위기라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최근 80억명을 넘어선 세계 인구가 계속 증가하면 자원 고갈과 환경파괴로 인류는 곧 멸망한다. 세계적인 저출산 추세는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과잉인구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이다. 저출산은 인류문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축복이다. OECD 평균 합계 출산율 1.6까지는 저출산의 충격을 견딜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도 안되는 한국 합계 출산율 0.78은 재앙이다. 저출산 속도가 너무 빨라 ‘부양비’가 높아지면 연금, 의료보험 등이 부도나서 사회안전망이 무너지고 국가경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양비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가.
▷부양비란 일하는 청년의 숫자분에 부양받는 노인의 숫자이다. 과거 1999년까지만 해도 청년 3명이 일해서 노인 1명을 부양했다. 하지만 2030년이 되면 1명이 일해서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젊은 사람들의 허리가 휘는 게 아니라 부러진다. 인구 정책 목표를 출산율 제고가 아닌 부양비 개선으로 바꾸어야 한다. 부양비 개선으로 청년이 행복한 사회가 되면 그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개선할 방법이 있나.
▷일하는 사람을 늘리고 부양받는 사람을 줄이면 된다. 그러나 무턱대고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개악이다. 정년 연장은 풍선효과로 청년 실업을 초래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년 연장으로 근로자 평균 연령이 고령화되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신기술에 적응이 어려워 철강·기계·자동차·가전 등 기간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노후 창업 지원은 자영업 경쟁을 심화시켜 파산자만 양산할 것이다. 이처럼 난해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10여 년 간 연구를 거듭한 끝에 발달심리학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어떤 해결책인가.
▷세대 간 분업이다. 발달심리학에 따르면 20~40세 청년층은 계산력과 창의력 추리력 등 유동지능이 높다. 이는 기술·경영·패션 등의 직업에 적합한 능력이다. 반대로 50세 이상의 고령층은 결정지능이 높아지는데, 이는 이해력·판단력·인내력 등 행정·관리·상담 등의 직업에 적합한 능력이다. 결국 청년은 유동지능이 필요한 ‘일모작’ 직업군으로 진출하도록 하고 은퇴할 때쯤 결정지능이 필요한 ‘이모작’ 직업으로 옮기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양받는 세대였던 55~74세 장년층을 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할 수 있고, 청년의 부양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
‘오래 일해’ 부정적생각 버려야
일하는 노인일수록 더 건강
의료비 지출등 부양비용 줄어
▷공무원으로 일하는 청년들이 당장 내일부터 인공지능(AI)을 연구하게 하자는 게 아니다. 학생들이 미래 먹거리인 4차 산업혁명 관련 직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경제·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영재들이 의대로 몰리는데, 병원에서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국가 경제적 파급효과는 크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의료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창업과 마케팅을 통해 의료기술을 전 세계로 수출하면 수백, 수천 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고령자들은 뭘 해야 하나.
▷고령화 사회에 수요가 확대되는 복지 공무원이 대표적인 이모작 직업이다. 아이를 낳아서 키워본 경력단절여성, 가정을 부양해 온 베이비부머 은퇴자가 청년층보다 소외계층 복지 업무에 더 적합하다. 전문 직업군도 마찬가지다. 법률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면, 기술 특허나 기업 간 법적 분쟁 해결은 젊은 법률가가 더 잘할 수 있다. 하지만 금전이나 가정 문제가 발생하면 인생 경험이 풍부한 고령 법률가가 상담을 더 잘할 것이다.
―직업군을 옮길 때 소요되는 직업 탐색과 재교육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정부 예산에 더해 기업들의 지원을 받으면 된다. 사실 이모작 교육제도는 기업들도 환영할 만한 방식이다. 기존 직업군에선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문에 고령·고액 연봉자들을 재취업시키면 청년 신입 사원을 더 많이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건가.
▷100세 시대에 30년을 일해선 여유 있는 노후를 기대하기 힘들다. 냉정하게 말해 50년은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모작 직업은 노년층에게 오히려 축복일 수 있다. 은퇴한 이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가장 갖고 싶은 것으로 ‘직장’을 꼽는다. 사회·경제적 안정이 노년층에겐 중요하다. 통계적으로도 노년층 중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 의료비 지출도 줄고 부양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외국 언론이 맥킨지 보고서를 인용하며 한국 경제를 ‘서서히 물이 끓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한 적이 있다. 인구 고령화로 한국 경제가 망해가고 있는데 정작 한국은 못 느끼고 있다는 조롱이었다. 같은 해 ‘은퇴가 없는 나라’(2013년·삼성경제연구소 펴냄)에서 이모작 사회라는 정책을 제시했다. 이것이 벌써 10년 전 일이다. 십만양병론(十萬養兵論)을 버려두고 왜란을 맞이한 것과 같은 우매한 실책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저출산은 청년들의 처절한 비명이자 몸부림이다. 하루빨리 이모작을 제도화하여 청년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만이 노인이 행복하고 대한민국이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He is..
△1951년 부산 출생 △서울대 공과대학 공학과 졸업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 경제학 석사 △미국 콜로라도광업대 경제학 박사 △서울대 공과대학 자원공학과·산업공학과 교수 △2003년 대통령 정보과학기술 수석보좌관 △2006년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2011년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2017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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