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홍콩H ELS, 커지는 ‘불완전판매’ 논란
판매사들 “상당수가 재투자 고객…ELS 몰랐다 보기 어려워”
A씨는 홍콩H지수가 고점을 찍던 2021년 7억원을 투자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했다. 그는 “예금 가입을 하러 은행에 갔는데 직원이 ‘요즘 누가 예금을 드냐’며 홍콩H지수 ELS를 추천했다”며 “ELS는 주식과 달리 안전하다고 해서 믿고 가입했는데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고위험 상품인 ELS를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판매했다는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개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중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약 8조4100억원가량이다. 문제는 2021년 2월 1만2000까지 올랐던 홍콩H지수가 현재 6000대에서 등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ELS 만기가 3년인 것을 고려하면 홍콩H지수가 고점을 기록한 2021년 관련 ELS에 투자한 이들은 내년에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된다.
홍콩H지수 ELS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된 A씨와 같은 투자자들은 판매사가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 직원의 권유로 홍콩H지수 ELS에 2억2000만원가량을 투자했다는 B씨는 “원금 손실이 없는 상품에 가입하고 싶다고 했지만 직원이 ELS를 권유했다”며 “저는 주식도 안 하는 사람인데, 위험한 상품인 것을 알았으면 그렇게 큰돈을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은행이 ELS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절차를 요식행위처럼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ELS를 가입하기 전에 제 투자성향을 분석했는데, 은행 직원이 ‘ELS에 가입하려면 투자성향이 공격형으로 나와야 한다’면서 자기가 시키는 대로 질문에 답하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와 같은 투자자들의 주장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직원이 투자자를 대신해서 투자성향 분석에 답을 해줬다는 부분들이 나중에 분쟁조정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입증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판매사들은 2021년 전후로 금융소비자 보호가 강화됨에 따라 홍콩H지수 ELS 투자자에게도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투자업자가 일반 투자자에게 투자를 권유할 때 지켜야 하는 6가지 의무(설명의무, 적합성, 적정성, 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 및 과장광고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절차상 불완전판매가 있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홍콩H지수 ELS 투자자 상당수는 재투자를 한 고객들이었으며, ELS가 뭔지 잘 모르셨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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