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동부 감사, 산재보험제도 퇴행시킬 위험이 있다
지난달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를 토대로 조선일보가 “근로복지공단-직영병원-나이롱환자의 ‘산재 카르텔’”에 대한 보도를 했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산재 카르텔’ 문제를 뿌리 뽑아 산재보험기금의 재정 부실화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특정감사를 벌이고 있다. 대통령실도 이 감사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이 흐름은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사회보험으로 자리매김 중인 산재보험제도를 퇴행시킬 위험이 있다.
우선 문제처럼 다뤄진 업무상 질병 대상자 증가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2021년 12월 말 재해자 12만2713명 가운데 질병 재해자는 2만435명이다. 한국과 산재보험 대상자가 거의 비슷한 프랑스의 경우 질병 재해자는 5만4945명이며 사고성 재해자는 한국의 7배인 71만5071명이다(2020년 기준).
2021년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은폐되는 산재 건수는 전체의 66.6%가 넘는다. 노동현장의 산재 은폐, 공상 처리, 산재 미인식 등 복합적 요인으로 산재 신청이 저조한 상황을 바꾸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추정의 원칙’이 도입되고, 의학자문이 폐지되고, 산재전용 특별수가가 신설돼 ‘나이롱 산재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추정의 원칙은 특정 질병의 경우 업무와 질병 간 연관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일부 조사 절차를 생략하는 것이다. 이는 의학적 연구 결과를 기초로 노동부가 통계상 승인율이 높은 일부 질병 중 최소한을 선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근골격계 질환 중 추정의 원칙 대상 사건은 3.65%에 불과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7년 6월15일부터 의학자문 운영지침을 제정·운영해왔다. 근로복지공단의 의학자문은 산재 신청 시 각종 질병뿐만 아니라 업무상 사고, 진료계획, 전원요양, 추가상병, 재요양, 병행진료, 요양비 등 다양한 사안에서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로 회부되는 일부 질병 사건만 공단 지사에서 1차로 했던 외부자문을 하지 않을 뿐이다. 직업병 여부를 판정하는 판정위원회와 부설 소위원회에도 임상의사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폐지된 것이다. 다시 말해 두 번이나 진행되는 자문 중 하나를 줄여 산재 판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아울러 공단 소속 병원에서 제출하는 진료계획서는 요양검토회의에서 점검되고 있고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재활인증의료기관, 산재관리의사 등이 제출하는 진료계획서는 일정한 조건하에서만 자문이 생략되고 있을 뿐이다.
재활인증병원에 제공되는 집중재활치료수가 등이 문제라고 하지만 중증산재환자 및 재활이 필요한 산재노동자들은 상급병원이나 종합병원 등에서 일정한 치료가 끝난 뒤 쫓겨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규모가 큰 병원일수록 산재환자를 기피하기 때문에 적절한 재활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공단 병원 등 재활치료 시스템이 잘 갖춰진 환경에서 진행되는 집중치료는 빠른 회복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론 요양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런 노력으로 산재노동자 직업복귀율(2021년 67.3%)은 매년 높아져왔다.
노동부는 극단적 사례를 근거로 산재 카르텔이란 프레임을 만들 게 아니라 산재 판정 장기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전체 업무상 질병 2만8796건에서 산재 판정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82일이다. 가장 흔한 근골격계 질환도 4개월가량 걸리고 직업성 암은 7개월, 소음성 난청은 1년 가까이 걸린다. 산재 처리가 지연될수록 노동자의 심리적 불안이 커질 뿐만 아니라 임금 불이익, 치료 기회 상실, 해고 등으로 이어진다.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산재보험법 제1조)하는 것은 노동부의 책무다.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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