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2월부터 자율화하겠다던 소수점 배율 ETF…실제 전면 개방은 내년 4월에나

거래소, 회원사들에게만 양해 구해
소수점 배율 상품에 대한 반응도 미온적

한국거래소 전경[출처=연합뉴스]

거래소가 내달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소수점 배율 상품 상장 자율화가 실제로는 내년 4월부터나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장 규정 자체는 12월부터 변경되지만 전산 시스템 개발이 늦어지면서 규정과 시스템 사이의 엇박자가 났기 때문이다.

28일 매일경제의 취재에 따르면 ETF·ETN 소수점 배율 상장 자율화가 실질적으로 시행되는 시점은 내년도 4월이다. 지난 10월 5일 한국거래소는 거래소 및 회원사 시스템을 개발한 뒤 오는 12월 11일부터 소수점 배율 자율화를 위한 개정한 상장규정시행세칙을 시행한다고 밝혔으나, 시스템 개발이 장기화하면서 시행이 네달가량 연기된 것이다.

발표 당시 거래소는 내달부터 ETF·ETN 모두 2배 이내의 배율에서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자유롭게 상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알렸다. 그러나 실제로는 ETF 상품의 0.5배율 단위 상장만 허용되고 전면 자율화는 유보된 것이다. 현재 ETF의 경우에는 2배 이내의 정수배율 상품만 상장이 가능하고, ETN은 0.5배율 단위로 상장을 할 수 있다.

소수점 배율 상장 자율화 도입 시점이 예고보다 늦어지게 된 건 규정 개정을 최소화하겠다는 거래소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ETF 상품의 레버리지 비율에 0.5배 단위를 도입하는 시스템은 예고한 날짜에 실행할 수 있으나, 전면 자율화 시스템 개발에는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규정개정 예고를 번복하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ETF에 대한 0.5배 단위만 우선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후 거래소는 이러한 ‘엇박자’를 공개하지 않고 회원사들에게 자율화 지연에 대한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거래소는시장 자율성 확대를 위해서 소수점 자율화를 추진한 것이며 0.5배 단위 외에는 소수점 배율 상품에 대한 수요가 없어서 개발이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0.75배 등의 소수점 상품을 출시하고 싶은데 시스템 도입이 늦어져서 못 하는 건 아니다”라며 “지금도 0.5배 이외의 상품을 상장하고자 하면 개별적으로 코딩 등 수정을 거쳐 반영할 수 있으나 시스템 자동화 개발이 내년 4월에 끝나고 관련 수요가 없다고 알고 있다”이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연초에 2023년 핵심전략 중 하나로 ‘ETP 소수점 배율 도입’을 꼽는 등 소수점 배율 상품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내달부터 0.5배 인버스 등 0.5배 단위의 ETF 상품은 상장이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상품 개발에 나선 자산운용사는 없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소수점 단위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굳이 1.5배나 1.75배 등의 상품에 가입하려는 투자자가 있을지 의문이다”며 “대형 규모의 운용사 이외에는 사실 출시해도 성공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