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식 통일연구원장 “9·19합의, 서해 피격으로 이미 실효… 우발적 충돌 대비해야” [세계초대석]
핵전쟁 억제 체제 강화 등 나서야
자원 부족해 러와 밀착 지속 어려워
2024년 北 총체적 조망 ‘북한총람’ 제작
통일 문제 관련 체계적 연구 필요성
탈북민 강제북송은 국제협력 필요
7·7선언 계속성 위해 법률 필요 생각
사무관 시절 초안 만들어 장관 보고
논란도 있었지만 여야 합의 후 공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이유로 우리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자 북한은 9·19 합의 전체의 일방적 파기로 맞받았다. 한국을 상대로 전술핵무기를 쓰겠다고 공언한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경량화를 위한 7차 핵실험 시기만 엿보는 중이다. 우리 군 수뇌부는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면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북 합의서의 성격은 대부분 신사합의다. 즉 상대방에게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으므로 법규성을 인정할 수 없다. 상호 신뢰에 기초해 합의를 이행할 때만 효력이 있다. 한쪽이 지키지 않는 합의는 효력이 없다. 군사합의서를 보면 ‘군사적 신뢰 구축과 평화를 위해서’라고 돼 있는데 북한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면서 ‘핵무기로 남한을 공격하겠다’고 했다. 덧붙여 (문재인정부 시절) 서해에서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총살한 것도 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폭파 역시 합의 위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합의는 이미 실효했다. 위반이 있었음에도 그냥 놔두면서 지금까지 왔는데 그것이 국론분열을 일으키는 요소가 돼 버렸다. 효력 정지는 북한이 실질적으로 이미 무효화시킨 군사합의서를 효력이 없다고 선언한 것일 뿐이다.”
─향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탈북민 관련해선) 과거 ‘조용한 외교’라는 것을 추진했다. 중국은 ‘국내법과 국제법, 인권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북한 주민은 난민이 아니고 경제적 이유로 찾아온 불법체류자라고 한다. 국제사회가 고문 방지 협약을 근거로 ‘강제북송을 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북한이 탈북민을) 고문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보내고 있다. 인권 문제는 양자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제적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 미국, 영국, 국제기구들도 다 그런 이야기를 한다. 지금 남북 간에 직접 이야기가 잘 안 되기 때문에 국제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국내 일각에는 우리가 북한을 상대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괜히 북한을 자극해 남북관계 개선만 어렵게 만든다’는 논리를 든다. 이에 김 원장은 “북한 인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가 통일을 하려는 것은 사람들의 인권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며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인데 북한 동포들이 인권 침해를 당하고 기아에 시달리는 모습을 모른 체하고 지나가는 건 도리가 아니며 정치의 기본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4개월이 지났다. 역점을 두는 방향이나 목표는.

“‘북한총람(總覽)’을 만들려고 한다. 북한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종합적인 안내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이든 전문가든 해외 시민이든 북한을 알고자 할 때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연구가 파편적이 아니고 종합적 연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통일 문제에 관해서도 체계적 연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에서 ‘통일연구 대계’라고도 할 수 있는데, 통일이 됐을 때 국가통합을 어떻게 해나갈지가 중심 과제다. 또 하나는 비핵 평화체제 구축이다. 점점 관심이 낮아지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비핵화를 추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연구도 필요하다. 일부에서 반(反)통일론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다. 통일 필요성을 어떻게 확산시켜 나갈지 일종의 통일교육 차원에서 접근을 하려고 한다.”


“통일부에 입부한 1985년을 기점으로 세계가 바뀌는 것이 보였다. 소련(현 러시아)에 고르바초프가 등장해 개혁·개방 정책을 폈고 미·소가 핵군축 조약을 체결했으며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10년 만에 철수했다. 냉전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노태우정부 출범 후 남북통일을 목표로 7·7 선언이 이뤄졌다. 이를 실현하려면 남북 간의 개방과 교류가 필요하다. 7·7 선언이 선언으로만 있으면 금방 없어지고 계속성이 있으려면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젊은 사무관이 1988년 말에 법안을 작성해 이듬해인 1989년 초 장관님께 보고를 드렸다. 이후 정부 발의로 국회에 제출됐는데 거기서 ‘국가보안법과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여당 내부에선 상당한 저항이 있었고 야당은 ‘국보법부터 먼저 폐지하자’는 주장을 폈다. 우리는 ‘남북 간에도 여러 일이 일어날 텐데 국보법으로 규율해야 할 성격이 있고 그와 다른 성격도 있다’는 논리로 설득했다. 국가 안전과 체제를 위협하는 행위는 국보법으로 규율하되, 남북관계를 위한 접촉 등은 남북협력법으로 규율하자는 것이다. 1990년 7월 여야 간에 합의가 이뤄졌고 8월1일 법률로 공포됐다. 상당히 역사적인 일이었다.”
●1956년 전남 강진 출생 ●서울 양정고, 서울대 정치학과 학사, 서울대 정책학 석사,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박사 ●제28회 행정고시 합격 후 통일부 입부(1985년) ●통일부 정책총괄과장, 남북회담사무국 회담운영부 부장, 교류협력국장, 통일정책실장 ●통일부 차관(2011년 10월∼2013년 3월) ●우석대 초빙교수, 세한대 석좌교수
대담=김태훈 외교안보부장, 정리=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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