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년’이라 믿었던 첫사랑, 다시 보니 문제는 나였어[리뷰]

※<싱글 인 서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호(이동욱)는 잘나가는 논술 강사다. 무엇이든 혼자 한다. 퇴근 후 혼자 저녁을 먹고, 커피는 핸드드립으로 딱 1잔만 내려 맛있게 마신다. 취미인 사진 찍기도 혼자, 독서도 혼자 한다. 연애는? 안 한다. “나한테 딱 맞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믿는다.
현진(임수정)은 동네북 출판사의 편집장이다. 갓인쇄된 따끈따끈한 책 냄새를 사랑한다. 책 기획도, 작가 관리도 척척 해낸다. 그런데 일을 뺀 나머지는 전부 엉성하다. 특히 연애에는 영 재주가 없어서 혼자 착각하고 혼자 ‘썸’을 타다 결국 망쳐버리고 만다.
원했든 아니든 두 사람 모두 혼자다. 대도시 서울에 사는, ‘싱글 인 서울’. 29일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싱글 인 서울>은 서로 다른 이유로 혼자인 영호와 현진의 사랑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린다.
대학 선후배인 두 사람은 싱글라이프를 주제로 한 에세이 시리즈 ‘싱글 인 더 시티’를 계기로 편집자와 작가로 오랜만에 재회한다. 책을 핑계로 자주 만나던 두 사람은 싱글라이프와 책의 방향을 두고 티격태격하지만 조금씩 가까워진다. 뜨겁지 않고 잔잔하게, 적당한 거리를 두며 ‘썸을 타는’ 영호와 현진의 관계는 ‘요즘 연애’의 전형이다.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듯 보였던 영화는 의외의 지점에서 개성을 가진다. 에세이 시리즈 중 하나인 <싱글 인 바르셀로나>의 신비주의 작가 ‘홍 작가’가 영호의 첫사랑인 주옥(이솜)으로 드러나면서다.

과거 연인이었던 영호와 주옥은 같은 연애에 대해 전혀 다른 글을 쓴다. 영호는 순정을 바쳤지만 잔인하게 버림받은 것으로 주옥과의 연애를 기억한다. 더 이상 연애를 하지 않게 된 것도 이때 받은 상처 때문이다. 주옥의 기억은 정반대다. 주옥의 기억 속 영호는 미성숙하고 이기적이다. 영호가 주옥의 글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싱글 인 더 시티’ 기획은 엎어질 위기에 처한다. 가까워졌던 영호와 현진의 사이도 냉랭해진다.
여기서 영화는 남성들의 ‘첫사랑 X년’ 서사를 꺼내와 뒤집는다. 옛 연애의 흔적을 들여다보던 영호는 자신의 기억에 왜곡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미숙함 대신 상대방을 탓하는 자기 연민을 멈추고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그리고 이것은 영호가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게 하는 디딤돌이 된다. 과거의 나를 바로 마주할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영화는 신선한 방식으로 전한다. <싱글 인 서울>이 대표적인 남성의 첫사랑 영화 <건축학개론>(2012)을 만든 명필름의 작품이라는 점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도심 속 고즈넉한 고궁, 남산타워가 보이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등 서울 곳곳의 풍경을 아름답게 담았다. 출판사 사람들을 연기하는 장현성, 김지영, 이미도, 이상이, 지이수 등 조연들의 재치있는 연기는 소소한 웃음을 선사한다.
러닝타임 103분. 12세 이상 관람가.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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