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혁신기업 위한 줄탁동시, 지식재산금융

입력 2023. 11. 2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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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특허청장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언뜻 병아리의 자력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지만, 병아리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쳤더라도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알을 깨고 나올 수는 없다. 알 속에서 병아리가 부리로 안쪽 껍질을 쪼는 것과 동시에, 어미닭이 그 소리를 알아채고 알 밖에서 힘차게 껍질을 함께 쪼아야 병아리가 세상에 나올 수 있다.

결국 '줄탁동시'는 새로운 세상에 나서기 위해 내부적 역량과 외부적 환경이 함께 어우러져야 함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이 마주한 상황도 알 속의 병아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뛰어난 기술을 확보하여 시장 경쟁력을 갖추었더라도, 혼자서 알을 깨고 시장에 나서기란 불가능하다. 시장 진출에 필수적인 '자금 확보'가 마지막 관문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등 유형 자산이나 신용이 부족한 초기 기업은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병아리에게 어미닭이 있듯이, 혁신기업에게도 자금 확보를 도와줄 어미닭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지식재산 금융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식재산 금융은 기업이 보유한 특허를 바탕으로 대출, 투자, 보증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기술에 잠재된 미래가치를 현재에 활용할 수 있는 사업 자금으로 융통할 수 있다. 지식재산 금융이 혁신기업에게 알에서 나와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최근 지식재산 금융이 꾸준히 확대되어, 지난해 말 기준 8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기업들에게 제공되었다. 5년 전인 2018년에 2조원 대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이다. 더욱이 작년 지식재산 담보대출 이용기업 중 신용등급이 높지 않은 기업이 82%에 달해, 지식재산 금융이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저(低) 신용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식재산 금융 활성화는 정부뿐 아니라 금융기관 등 민간의 참여와 협력으로 일군 성과이다.

정부는 특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금융기관은 이를 믿고 기업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을 도맡아 주었다. 지식재산과 금융이라는 완전히 다른 분야가 만나는 지점인 만큼, 시장 참여자들 간 공조가 핵심 성공요인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지식재산 금융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특허청은 최근 금융위원회와 공동으로 '제5회 지식재산 금융포럼'을 개최해 100여 명의 전문가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지식재산 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그리는 자리를 가졌다. 모두 한 마음으로 지식재산 금융이 혁신기업을 보다 잘 길러내기 위한 길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지식재산 금융의 근간은 기술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특허청은 지식재산 가치평가 모델을 고도화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가치평가 체계를 혁신하려 한다. 지식재산 금융이 '믿을 수 있는 가치평가'라는 탄탄한 기반 위에서 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를 비롯해 각국에서도 지식재산 금융에 큰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어느 나라도 지식재산 금융 체계를 단기간에 완비하고 우리와 같은 성과를 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우리를 눈여겨보는 지금, 지식재산 금융이 꾸준히 제 역할을 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요소는 수없이 많다. 지식재산 금융만이 유일한 해답일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수한 특허를 가지고도 자금난을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기업에게 지식재산 금융이 '줄탁동시'의 힘이 되어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기업에게 든든한 어미닭으로 자리잡는 지식재산 금융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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