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과 사이먼 래틀, 정명훈, 사카리 오라모 등 거장이 지휘한 진은숙 주요 작품 수록 사이먼 래틀 “진은숙의 음악 세계는 센세이셔널한 보석함 같다” 극찬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으로 손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62·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의 주요 작품들을 녹음한 음반 ‘베를린 필 진은숙 에디션(The Berliner Philharmoniker perform Unsuk Chin)’을 발매했다.
28일 통영국제음악재단에 따르면, CD 2장과 블루레이 디스크 1장, 작품 해설을 담은 소책자 등으로 구성된 이 음반 세트에는 2005년부터 2022년까지 17년간 베를린 필이 연주한 진은숙의 주요 관현악곡과 협주곡이 담겨 있다. 베를린 필 음악감독(상임 지휘자)을 역임한 사이먼 래틀을 비롯해 거장 지휘자인 정명훈, 사카리 오라모, 다니엘 하딩이 지휘하고, 세계 정상급 연주자인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 소프라노 바바라 해니건,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함께 한 곡들이다.
수록곡 중 관현악곡 ‘코로스 코르돈’(2017)은 베를린 필이 진은숙에게 위촉한 작품으로 당시 베를린필 음악감독이었던 사이먼 래틀이 지휘해 세계 초연했다.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협연하고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바이올린 협주곡 1번’(2001)은 ‘작곡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라베마이어(그로마이어) 상을 진은숙에서 안겨준 걸작이다. 김선욱이 협연하고 사카리 오라모가 지휘한 ‘피아노 협주곡’(1996∼97)은 2021년 6월 김선욱의 베를린 필 데뷔 무대 공연 실황을 담았다. 이 외에 ‘첼로 협주곡’(정명훈 지휘, 알반 게르하르트 협연), ‘사이렌의 침묵’(사이먼 래틀 지휘, 바바라 해니건 협연), ‘로카나’(다니엘 하딩 지휘)가 수록됐다.
이 음반 세트는 현재 베를린 필 홈페이지에서 하드커버 음반 또는 24비트 고음질 음원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베를린 필 진은숙 에디션’ 음반.
사이먼 래틀은 2017년 베를린 필 내한 공연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인들은 진은숙을 ‘위대한 한국인 작곡가’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진은숙을 ‘베를린의 위대한 작곡가’라고 생각한다”며 베를린에 거주하는 진은숙을 치켜세웠다.
그는 이어 ‘코르스 코르돈’을 언급하면서 “6~7분짜리를 작곡해달라고 어려운 부탁을 했는데 (진은숙은) 그 짧은 곡에 30분짜리 곡 이상의 아름다운 색깔과 다양한 테크닉을 담아줬다”며 “굉장히 힘든 도전이었을 텐데 저희에게 아름다운 곡이 됐다”고 극찬했다. 또 “진은숙의 음악 세계는 센세이셔널한 보석함과 같다. 너무나 다양한 소리와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온다”며 “음악이 직선적인데 이 부분이 마음에 들고 좋아한다. 연주자들과 성악가들의 역량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정확히 파악해 일하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래틀은 “진은숙의 모든 작품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진은숙이) 죄르지 리게티를 대신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충분이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존경심까지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해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진은숙은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독일 함부르크 음대에서 현대음악 거장으로 2006년 별세한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를 사사했다. 2004년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그라베마이어상을 받으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후 2017년 비후리 시벨리우스 음악상, 2018년 마리 호세 크라비스 음악상, 2019년 바흐 음악상, 2021년 레오니 소닝 음악상 등을 받았다. 2001년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주 작곡가, 2005년 통영국제음악제 상주 작곡가, 2006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 2010년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2016년 서울시향 공연기획자문역 등을 역임했다.
작곡가 진은숙.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베를린 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 모데른, 클랑포룸 빈 등 현대음악 전문 악단들이 진은숙의 작품을 위촉하고 연주했다. 특히,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시리즈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공연을 기획해 한국의 현대음악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은숙은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의 초청으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오늘의 음악(Music of Today)’ 시리즈 공연도 기획했다. 올해 2월에는 프랑스 공영방송국 라디오 프랑스에서 주최하는 현대음악 페스티벌인 ‘2023 프레장스 페스티벌’의 전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자신의 작품을 페스티벌 공식 공연에서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