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전회’도 뒷전? 시진핑, 2년만에 상하이 달려간 이유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2023. 11. 2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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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뉴시스
부동산 경기 침체, 소비 부진, 해외 기업의 탈(脫)중국 조짐 등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근 연일 ‘경제 중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가 28일부터 3일간 경제 수도 상하이에 머물며 상하이선물거래소, 정보기술(IT) 기업 등을 방문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그간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는 총리에게 맡긴 채 외교안보, 국방 등을 담당했다. 시 주석이 이런 관례를 깨고 직접 경제 챙기기에 나선 것은 최근 소비, 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등으로 중국 진출 주요 해외 기업이 이탈하는 등 중국과 서방 경제의 탈동조화(decoupling) 우려가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 집권, 반대파 탄압 등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 2년 만의 상하이 방문

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의 상하이 방문은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인구 약 2500만 명의 상하이는 테슬라, 제너럴일렉트릭(GE), 월트디즈니 등 미국 대표 기업이 모두 자리했으며 중국 내 최대 외국인 투자 거점이다. 올해는 상하이 자유무역지구(FTZ) 창설 10주년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27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10차 집단학습에서 ‘개방 경제 체재’를 강조하며 “대외관계 법률 제도를 개선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외국인 투자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두 서구 기업이 중국 당국에 오랫동안 주문해 온 사항들이다. 최근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가 중국 시장 철수를 발표하고 애플, 델, 휴렛패커드(HP) 등 미국 주요 기업이 모두 중국 내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며 중국 비중 줄이기에 나선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같은 날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도 ‘창장경제벨트’의 중요성 또한 거듭 강조했다. 상하이에서 시작해 경제 발전 속도가 더딘 윈난성 등 창장 일대 11개 성(省)과 직할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구상이다. 시 주석은 2014년에 이 구상을 밝혔지만 아직 많은 진전을 거두지는 못했다.

창장경제벨트 구축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 일대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기 부양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2012년 집권 후 처음으로 런민은행도 찾았다. 그가 런민은행 수뇌부에게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을 주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 경제 외 정책 결정은 미뤄

다만 시 주석이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같은 해 11월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경제 외의 다른 정책 결정은 오히려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CMP는 국가 주요 정책의 우선순위 및 방향이 결정되는 제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공산당의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위원회는 5년마다 새로 구성된다. 보통 1·2중전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3·4·5중전회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한다. 6·7중전회에선 차기 지도부를 뽑는 다음 당 대회를 준비한다.

SCMP는 “3중전회 연기는 해당 회의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에 대한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라며 “국내외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한 시 주석이 중요 결정을 내릴 3중전회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내년 대만과 미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중국의 미국 및 대만 정책 또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부러 중요 정책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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