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전회’도 뒷전? 시진핑, 2년만에 상하이 달려간 이유
그간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는 총리에게 맡긴 채 외교안보, 국방 등을 담당했다. 시 주석이 이런 관례를 깨고 직접 경제 챙기기에 나선 것은 최근 소비, 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등으로 중국 진출 주요 해외 기업이 이탈하는 등 중국과 서방 경제의 탈동조화(decoupling) 우려가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 집권, 반대파 탄압 등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 2년 만의 상하이 방문
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의 상하이 방문은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인구 약 2500만 명의 상하이는 테슬라, 제너럴일렉트릭(GE), 월트디즈니 등 미국 대표 기업이 모두 자리했으며 중국 내 최대 외국인 투자 거점이다. 올해는 상하이 자유무역지구(FTZ) 창설 10주년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27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10차 집단학습에서 ‘개방 경제 체재’를 강조하며 “대외관계 법률 제도를 개선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외국인 투자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두 서구 기업이 중국 당국에 오랫동안 주문해 온 사항들이다. 최근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가 중국 시장 철수를 발표하고 애플, 델, 휴렛패커드(HP) 등 미국 주요 기업이 모두 중국 내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며 중국 비중 줄이기에 나선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같은 날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도 ‘창장경제벨트’의 중요성 또한 거듭 강조했다. 상하이에서 시작해 경제 발전 속도가 더딘 윈난성 등 창장 일대 11개 성(省)과 직할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구상이다. 시 주석은 2014년에 이 구상을 밝혔지만 아직 많은 진전을 거두지는 못했다.
창장경제벨트 구축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 일대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기 부양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2012년 집권 후 처음으로 런민은행도 찾았다. 그가 런민은행 수뇌부에게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을 주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 경제 외 정책 결정은 미뤄
다만 시 주석이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같은 해 11월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경제 외의 다른 정책 결정은 오히려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CMP는 국가 주요 정책의 우선순위 및 방향이 결정되는 제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공산당의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위원회는 5년마다 새로 구성된다. 보통 1·2중전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3·4·5중전회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한다. 6·7중전회에선 차기 지도부를 뽑는 다음 당 대회를 준비한다.
SCMP는 “3중전회 연기는 해당 회의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에 대한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라며 “국내외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한 시 주석이 중요 결정을 내릴 3중전회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내년 대만과 미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중국의 미국 및 대만 정책 또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부러 중요 정책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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