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매입 급감…"빌라시장 내년 더 춥다"

이유정/한명현 입력 2023. 11. 28. 17:35 수정 2023. 12. 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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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에 신음하는 서민주택
SH 올해 매입, 목표치 4분의 1
내년엔 아예 중단할 가능성
전세보증보험 의무가입 강화
집주인 "5000만원 넘게 내줘야"
인허가도 줄어 '공급 대란' 예고

연초 전세 사기로 역풍을 맞은 다세대·연립주택 등 빌라 시장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내년부터 보증보험 의무가입 규제가 강화되는 데다 공시가격마저 인하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보증보험 가액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가 내려가면 수도권에선 집주인이 5000만원 이상을 세입자에게 내줘야 하는 ‘역전세 거래’가 무더기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이 빌라 신축 매입임대 물량을 크게 줄이고 있는 것도 공급난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빌라 전셋값 7000만원 ‘뚝’

28일 서울시의회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SH공사의 올해 서울 내 신축 매입 약정 규모는 446가구(지난 15일 기준)로, 목표치(1800가구)의 4분의 1에 그쳤다. 반지하 주택을 포함한 전체 매입임대 약정 규모도 695가구로 목표치 5250가구의 13% 수준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역시 전국에서 매입 약정을 한 주택이 약 4000가구로, 올해 목표 물량(2만6000가구)의 15%를 채우는 데 그쳤다.

신축 매입 약정은 민간 신축 빌라 등을 대상으로 사전에 매입 약정을 체결한 뒤 주택이 준공되면 사들이는 방식이다. 분양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빌라 공급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매입 약정 규모는 내년에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LH는 연초 ‘고가 매입’ 논란이 일자 주택을 원가 이하로 매입하는 등 조건을 강화했다. SH공사는 아예 신축 매입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집값이 폭등할 때 매입 약정을 하니 집값 상승액을 건설업자 등이 가져가게 된다”며 “신축 매입 대신 기존주택 매입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빌라 시장에 악재만 늘어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국토교통부가 내년 주택 공시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빌라 시장은 공시가와 연동해 보증보험 가입 규제를 받기 때문에 내년 전셋값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 5월 공시가의 150%까지 가능했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126%로 낮췄다. 내년 6월부터는 임대사업자에게 이 규정을 의무적으로 적용한다. 이 기준은 일종의 ‘전셋값 상한선’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Y공인 관계자는 “전세 사기에 정부의 공시가 규제까지 겹치면서 집주인이 5000만원에서 많게는 7000만원까지 전세금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연초만 해도 매매나 전세 매물이 하루에 두세 건 나왔는데 요새는 1주일에 한두 건 나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2021년 2억7000만원(전용면적 61㎡)에 거래되기도 한 강서구 화곡동 애플씨티는 최근 전세 시세가 2억원까지 떨어졌다.

 인허가 4분의 1…“공급 대란 불 보듯”

전문가들은 빌라 시장 위축이 심각한 공급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전국 빌라(다세대·연립) 인허가 물량은 1만1726가구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3만2609가구)의 3분의 1수준이다. 서울은 작년 1만1620가구에서 올해 2948가구로 4분의 1토막 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빌라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서민 주거상품”이라며 “공급 선행지표인 착공과 인허가 물량이 이 정도까지 감소한다면 2~3년 후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9월 서울 전·월세 거래는 9949건으로, 30개월 만에 1만 건 아래로 떨어졌다. 서울 빌라 거래가 월 기준으로 1만 건을 밑돈 것은 2021년 4월(9669건)이 마지막이다.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면서 임대인협회는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정부에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보증보험 가입 때 시세와 괴리가 큰 공시가 이외에 KB부동산시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인정한 감정평가업체에서 매긴 가격 등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이유정/한명현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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