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기술의 힘 … 머잖아 모든 산업은 'AI 베이스'

증기기관·자동차·전기처럼
산업·문화 통째로 변화시켜
특정 분야에만 통용되는
수직적 기술보다 파괴적

인공지능(AI)이 산업 전체의 판도를 바꾸는 수평적 기술(Horizontal technology)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수평적 기술은 특정 산업에서만 통용되는 수직적 기술(Vertical technology)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크리스테르 카를손 코펜하겐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에 따르면, 테크놀로지는 인프라인 구성에서부터 최종 단계인 제품까지 크게 구성, 부품, 시스템, 제품 등 네 단계로 올라간다. 이때 수직적 기술은 한 산업에서만 적용되는 특수 기술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바이오 제약 업계에서 사용하는 유전자 분석 기법이나 항공 우주 분야에서 활용하는 발사체 재활용 기술이 그것이다.

하지만 수평적 기술은 산업의 뿌리인 구성에 해당한다.

증기엔진, 전기, 무선통신 등이 대표적이다. 특정 기술이 산업의 뿌리인 구성 부분을 차지해, 한번 정착하면 해당 구성 부분은 다른 산업으로 빠르게 전파된다.

전체 산업을 견인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다. 전기는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1864년 '맥스웰 방정식'을 발표한 뒤 수평적 기술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했고, 1882년 상업 발전소인 뉴욕 발전소가 설립됐으며, 1884년 토머스 파커가 전기차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후 산업과 문화는 통째로 바뀌었다.

19세기 터빈식 증기엔진을 동력으로 삼은 유럽 내 공장은 한번 움직이면 멈출 수 없었다. 또 각 라인을 별도로 조작할 수 없었다. 크랭크축이 전체 공장을 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1930년대 들어 세워진 전기 공장은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각 모터에 달린 전력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라인이 따로 움직였다.

AI는 그동안 수직적 기술로 작동하다가 이제는 수평적 기술로 작동하려 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석 업체 데이터사이언스센트럴의 윌리엄 보히스 연구원은 "AI는 증기기관, 자동차, 전기화에 버금가는 범용 기술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AI 부문 혁신상을 받은 포커스AI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미래 기술 트렌드를 분석하는 솔루션으로 시선을 끌었다.

1억4600만건에 달하는 글로벌 특허 시스템을 AI가 분석해 향후 뜰 산업을 미리 알려준다. 한 기업이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분석에 걸리는 시간이 통상 9개월이었는데, 이를 1주일로 단축한다는 것이 포커스AI의 설명이다. AI가 소프트웨어 분야뿐 아니라, 특허 업무까지 들어온 것이다.

[이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