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개도국 화석연료 수요 창출 계획 추진”···‘개도국을 석유에 중독시키려 하나’ 비판
오는 30일(현지시간)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8)를 사흘 앞두고 중동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선진국의 화석연료 사용 감소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화석연료 수요를 늘리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채널4 방송은 비영리단체 기후보고센터(CCR)와 공동으로 사우디 정부가 2020년부터 추진 중인 ‘석유 유지 프로그램’(OSP)의 실제 목표는 개도국의 화석연료 수요를 늘려 선진국에서의 화석연료 수요 감소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 에너지부 홈페이지에는 OSP의 목표가 에너지에 대한 개도국의 접근 장벽을 없애는 것이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개도국의 차량과 항공기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비중을 높여 석유 소비량을 더욱 늘리려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한 사우디 정부 관리는 투자자로 위장한 CCR 관계자가 “시장에서 인위적으로 석유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OSP의 목표 아니냐”고 질문하자 “맞다. 그것이 우리가 성취하려고 하는 주요 목표들 중 하나”라고 시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OSP에는 바다에서 중유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선박 선단을 아프리카 해상에 띄우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발전소 선박은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시설과 화력발전 설비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 선박이다.
OSP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시장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저가형 내연기관 사용을 늘리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한 사우디 관리는 “아프리카에서 차를 가진 사람들은 전체의 3% 밖에 안 된다”면서 “개도국 시장에서 저렴한 자동차 사용을 늘릴 기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또 일반 항공 여행보다 세 배 더 많은 화석연료를 필요로 하는 초음속 항공 여행 개발을 촉진하고 저가 항공에 대한 투자도 늘릴 계획이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OSP에는 사우디 국부펀드(PIF), 국영기업 아람코, 석유화학 기업 사빅, 사우디 주요 정부 부처들이 참여하고 있다.
싱크탱크 ‘파워시프트 아프리카’의 모하메드 아도우 국장은 가디언에 “사우디 정부는 아프리카를 유해한 제품에 중독시키려 하는 마약상 같다”며 “전 세계가 오염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는데 사우디는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언론들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달 들어 르완다와 탄화수소 자원 수요 개발 계약, 나이지리아와는 석유 및 가스 분야에서의 협력 증진 및 파트너십 강화 계약을 체결했다. 에티오피아와는 석유 공급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아도우 국장은 “기후 리더를 자처하는 부유한 국가들의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모두를 위해 안전하고 번영하는 기후를 보장하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을 위험에 빠뜨리는 이와 같은 위험한 거래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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