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광고판까지 등장한 한국어"…멕시코가 들썩인다

장서우 2023. 11. 2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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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판에 한국어 적는 중남미 국가
'니어쇼어링' 수혜로 급부상
기아 등 글로벌 기업들, 앞다퉈 멕시코 투자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의 주도이자 제3의 도시인 몬테레이 외곽 페스케리아(Pesquería)시는 요즘 현지인들 사이에서 ‘페스코리아’(Pes-Korea)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기아가 전기차 생산 설비 확보를 목적으로 기존 공장을 확장하고 나서면서 한국인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도시에서 공장 부지 등으로 활용되는 산업용 부동산 광고판은 영어, 중국어와 함께 종종 한국어로 번역돼 있다고 한다. 멕시코 은행 방코베이스의 로렌조 바레라 세고비아 최고경영자(CEO)는 “이곳에 사무실이나 공장을 열려는 사람은 중국이나 한국, 일본에서 온 임원들을 만나지 않고선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니어쇼어링’(nearshoring)에 따른 경제 부흥 효과가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어쇼어링이란, 인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을 뜻한다.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거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미‧중 갈등 확대와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가 대두되면서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미국과 가장 인접한 멕시코가 최대 수혜국으로 떠올랐다.

 中‧캐나다 제치고 美 최대 교역국

미 텍사스주로부터 차로 불과 몇 시간 거리에 있는 몬테레이의 산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2%에도 못 미친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의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생산 시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어서다. 세계 경제 중심지인 뉴욕을 상징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더 높은 마천루도 올라가고 있다. 이반 리바스 누에보레온주 경제부 장관은 “학교는 한국과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전 세계 출신의 아이들이 모여 있다”며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흥한 제조업은 멕시코 전체의 경제 성장률도 끌어올리고 있다. 멕시코 중앙은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한 올해 멕시코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올해 1월까지만 해도 1%에 미치지 못했으나 최근 3.3%로 대폭 상향조정됐다. 멕시코 통계청(INEGI)은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액수를 329억달러로 집계했다. 사상 최대치다.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는 올들어 15% 치솟아 신흥국 중 두 번째로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 멕시코의 미겔 앙겔 알카라스 파트너는 “니어쇼어링에 대한 내 견해는 낙관적이면서도 동시에 신중했지만, 이젠 완전히 낙관적인 쪽”이라고 했다. 최근 남미 지역 투자 확대를 고려 중인 중국 기업들과 면담했다고 전한 그는 “이미 발표된 것의 열 배 수준의 투자 프로젝트들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50억달러 규모로 발표된 테슬라 신(新)공장까지 합하면 FDI 규모는 더욱 커진다는 설명이다.

멕시코는 올해 중국, 캐나다를 제치고 미국과의 최대 교역국에 올라서기도 했다. 냉장고부터 레고까지 수백만t의 제품들이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 나라를 두고 “(투자 대상으로) 단 하나의 국가를 선택한다면 멕시코가 최대의 기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자료=파이낸셜타임스

 열악한 사회 인프라는 한계

폭발적인 성장 속도에 비해 사회 인프라가 미흡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교통 정보 분석 회사 인릭스(INRIX)에 따르면 몬테레이의 도로 교통량은 2019년 대비 두 배로 늘어나 세계에서 11번째로 혼잡한 도시가 됐다. 지하철 노선이 확장되고 있긴 하지만 대중교통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는 평가다. 극심한 가뭄에 따른 물 부족 상황도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 이 도시 전체에서 하루에 단 6시간 동안만 물이 공급되는 단수 조치가 시행된 바 있다.

사진=AFP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사진)이 국가 주도의 투자 전략을 마련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는 국영 투자 기관인 ‘프로멕시코’를 해체했고, 은행과 컨설팅 업체, 주 정부 등에 투자 유치 활동을 맡겨둔 채 나 몰라라 했다. 수년간의 과소 투자로 전력망이 빈약해진 탓에 기업들은 뒤늦게 많은 돈을 들여 전력 인프라 복구에 나선 상황이다.

알카라스 파트너는 “인프라와 사회 불안 등 오랜 이슈들을 해결해야만 연간 200억달러(의 투자액이) 방치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6월 대선이 가까워져 오자 오브라도르 정부는 수출 기업들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 지급 정책을 발표하는 등 시장친화적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선회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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