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의장국 UAE, 기후정상회의 활용해 석유·가스 거래하려다 ‘들통’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개최국 지위를 자국의 화석연료 수출에 활용하려 한 정황을 담은 내부 문건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COP28 개막을 사흘 앞둔 27일(현지시간) 비영리단체 기후보고센터(CCR)와 영국 BBC 방송이 입수한 유출 문서에 따르면 UAE는 오는 30일 두바이에서 열리는 COP28 기후정상회의에 앞서 외국 정부들에게 자국의 석유·가스 기업을 홍보하고 거래를 제안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보고센터가 공개한 문서에는 COP28 의장인 술탄 알 자베르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 중국·브라질·독일·이집트를 포함한 15개국과 화석연료 거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 담겼다. 또 UAE 국영석유회사인 아드녹(Adnoc)과 재생에너지 회사인 마스다르(Masdar)에 대한 각종 홍보자료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알 자베르 장관은 아드녹 최고경영자(CEO)와 마스다르 회장도 맡고 있다.
문서에는 ‘아드녹은 모잠비크, 캐나다, 호주 등에서 천연가스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할 의향이 있다’는 제안 사항이 명시됐으며, 콜롬비아의 화석 연료 자원 개발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영국과 미국,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케냐 등 20개국과 마스다르간 거래와 관련된 논의를 준비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는 선출직 및 임명직 임원은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거나 다른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자신의 직무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유엔기후변화협약의 행동 강령을 위반하는 것이다.
애초에 국영 석유회사 CEO가 기후정상회의 의장직을 맡는 것은 “무기거래상에게 평화회담을 이끌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해왔던 기후전문가들은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은 기자회견을 통해 “COP 의장의 기본원칙은 공정성의 의무”라며 “건전하고 독립적이며 공정한 판단에 따라 이기심, 선호 또는 특혜없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정책 코디네이터 카이사 코소넨는 “기후 정상회의 의장은 위기를 부채질하는 밀실거래가 아닌 공정하게 기후 솔루션을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장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기를 위한 글로벌 합의를 중재하고, 오염 유발자들이 지역 사회에 끼친 손실과 피해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의 앤 해리슨 기후 고문은 “그(자베르 의장)가 COP28 정상회의에서 사업적 이익을 증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번 COP28이 화석연료 업계의 전방위적 로비에 ‘포섭’됐다는 우리의 우려를 공고히 하게됐다”며 의장직 사임을 촉구했다.
논란이 일자 COP28 대변인은 “해당 문서는 부정확하고, 검증되지 않은 문서”라며 “COP28 관련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사적인 회의는 비공개”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고 BBC는 전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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