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감사했어요” 박지수의 얼굴에서 어둠을 몰아낸 두 사람

윤은용 기자 2023. 11. 2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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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KB 박지수가 27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과 경기에서 슛을 하고 있다. WKBL 제공



이번 시즌 여자프로농구는 과거처럼 다시 아산 우리은행과 청주 KB의 양강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시즌 첫 대결에서는 우리은행이 KB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으나, 지난 27일 열린 시즌 두 번째 대결에서는 KB가 50-45로 이겨 나란히 6승1패가 돼 공동 선두가 됐다.

지난 시즌 5위에 그쳤던 KB가 이번 시즌 다시 반등한 것에는 박지수()의 역할이 크다. 공황장애로 인해 지난 시즌 거의 뛰지 못했던 박지수는 이번 시즌 공황장애를 극복하고 돌아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박지수는 최근 몇 경기 동안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팀은 승승장구했지만, 본인의 득점, 야투율 등이 저조했기 때문이었다. 우리은행과 시즌 첫 대결에서 17점을 넣었지만 야투율은 33.3%에 불과했던 박지수는 이후 부천 하나원큐(18점·43.8%), 부산 BNK(6점·42.9%), 하나원큐(15점·27.3%)로 이어진 3경기에서 전부 야투율이 50%를 밑돌았다. 주로 골밑에서 확률 높은 득점을 올리는 박지수임을 감안하면 야투율이 확실히 아쉽긴 했다.

27일 우리은행전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박지수도 이 부분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박지수는 “그동안 경기를 할 때면 ‘오늘 몇개 던져서 몇개나 들어갔지?’라는 생각을 하고 여기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최근 표정이 안 좋았던 것도 생각만큼 득점과 야투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앞선 경기들을 돌아봤다.

KB에서 박지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래서 박지수가 흔들리면 KB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처절한 저득점 공방전이 펼쳐졌던 이번 우리은행전에서, 박지수는 18점(16리바운드)을 넣고 야투율도 53,3%를 기록해 이전 경기들과 비교해 크게 끌어올렸다.

박지수가 얼굴에서 어둠을 걷어낸 것에는 두 사람의 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박지수가 처음으로 꼽은 것은 인천 신한은행의 최고참 이경은이었다. 박지수는 “얼마전에 (이)경은 언니한테서 카카오톡이 왔다. 아시안게임 때 대표팀에서 언니랑 많은 얘기를 하면서 조언도 듣고 심리적으로 기대기도 했다”며 “언니가 표정이 너무 안 좋은데 무슨 일이 있냐고, 아픈거 아니냐고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경은이 박지수에게 특별한 조언이나 충고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박지수에게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박지수는 “언니 연락을 받고 생각해봤다. 다른 팀 선수도 나를 이렇게 보고 있는데, 내가 이러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야투율이 안 좋아 시합에 집중을 못했던 것이 있었는데, 오늘은 야투율 신경은 안 쓰고 무조건 넣자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경기를 하면서 다시 한 번 기록이 아닌 시합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박지수에게 도움을 준 다른 사람은 바로 김완수 KB 감독이었다. 박지수는 “경기 전에 감독님이 따로 부르길래 처음에는 혼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은 뒤 “감독님이 날 앉혀놓고 (기록이) 얼마나 낮아진 것 같냐고 물었다. 그러더니 우리가 우승했던 시즌의 내 기록과 비교를 하며 득점과 야투율이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스틸 등 다른 부분에서는 커리어하이를 찍고 있는데다 내 평균이 있으니 자신있게 하라고 얘기했다”고 당시 상황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너도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완벽할 수 없다’고 했다. 정말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다시 본연의 모습을 찾은 박지수는 이대로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는 생각이다. 마침 이날 경기를 앞두고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던 박지수는 “지난 시즌에 라운드 MVP를 아예 못받아 이번에 받으니 새로운 느낌이었다”며 “앞으로도 라운드 MVP를 계속 받고 싶다. 2라운드도 MVP를 노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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