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부상한 ‘탈진실’의 시대, 올해의 단어는 “진짜”
미국 유명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가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진짜(authentic)’를 선정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인 메리엄웹스터는 27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의 단어로 ‘진짜의’, ‘진품의’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어센틱’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메리엄웹스터 측은 “분명 바람직한 특성이지만 ‘진짜’는 정의하기 어렵고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단어는 과거에도 검색량이 많았지만, 올해 들어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면서 더욱 인기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는 인공지능(AI)의 발전 속에 딥페이크가 범람하고 객관적 사실과 진실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탈진실’(post truth) 시대의 양상이 반영된 결과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피터 소콜로프스키 메리엄웹스터 편집장은 “우리는 2023년에 일종의 ‘진실성의 위기’를 목도하고 있다”면서 “학생이 진짜로 이 논문을 썼는지, 정치인이 실제로 이 발언을 했는지 믿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우리가 목격하는 것들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때때로 우리의 눈과 귀를 믿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메리엄웹스터는 단어 조회수와 검색량 증가 정도 등을 토대로 매년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심리 지배’ ‘거짓말’ 등을 뜻하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 2022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바 있다.
올해에는 ‘진짜’와 더불어 이와 연관돼있는 ‘딥페이크’도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 중 하나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X(옛 트위터), 엘리멘탈(디즈니 영화 제목), 키부츠(하마스에 공격당한 이스라엘 지역), EGOT(에미상·그래미상·오스카상·토니상의 앞글자를 딴 미국 대중문화계의 그랜드슬램), 리즈(로맨틱한 매력을 뜻하는 속어), 기소하다(indict·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 등도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 상위권에 올랐다.
앞서 영국의 케임브리지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환각’(hallucinate)을 선정한 바 있다. 케임브리지 측은 “환각은 익숙한 단어이지만, AI의 정곡을 찌르는 새로운 의미로 인해 올해의 단어로 선택됐다”라고 설명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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