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된 지 1년… 내 아들·남편 돌려달라” 러 1만5000명 성명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에서 군대에 동원된 남편과 아들을 이제 돌려보내달라는 가족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사안은 정치권으로도 번져, 여당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전(反戰)여론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2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징집된 군인의 가족들이 모인 텔레그램 채널 ‘집으로 가는 길’은 최근 러시아 정부를 향해 “전장에서 1년을 보낸 병사들을 집으로 보내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지난 9월 개설된 이 텔레그램 채널에는 2달 만에 1만4650명 이상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번 성명에서 “우리의 권리를 위해 단결해 싸우자”고도 했다.
이들은 여러 도시에 모여 시위나 집회를 이어갔다. 가족들은 “1년 전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기 위해 동원된 군인들은 집으로 돌아갈 자격이 있다” “만약 그가 영웅적인 일을 하고 조국을 위해 진심으로 피를 흘렸다면, 이제 가족에게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등 불만을 외쳤다.
전쟁 이후 군에 동원된 가족을 제대시켜 달라는 목소리가 있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조직적이고 강경한 경우는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대선이 4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 같은 불만이 나온 만큼 러시아 정부는 군인 가족들의 목소리가 커져 반전 여론으로 확대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1990년대 체첸공화국과의 전쟁을 평화협정으로 끝낼 당시 군인 어머니들의 반전 운동이 영향을 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당인 ‘야블로코’도 동원령을 종료해달라고 가세하면서 시위 여파가 커지고 있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병력 손실에 대비해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군인을 계속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곧 추가 동원령을 내릴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러시아는 시위 진압보다는 설득과 회유로 대응 중이다. 집회 참가자를 연행하되 구금하지는 않거나, 거리 시위 대신 관공서 건물 안에서 행사를 열도록 하는 등이다. 한 지역 관리는 거리에서 불만이 표출되는 걸 막기 위해 ‘설득하고 약속하고 혜택을 지급하는’ 전략을 이용한다고 현지 독립매체 더 인사이더에 전했다.
가족들은 당국의 설득과 회유에도 불만을 표시한다. 모스크바 시위에 참여한 마리아 안드레예바는 “정부가 군인 가족에게 더 많은 돈과 혜택을 제안했다”면서도 “우리는 돈이 아니라 남편과 아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올해 41만명 이상의 남성이 군에 입대한다고 떠들면서 2022년 징병된 군인들을 해산시켜 달라는 가족들의 요구는 일축하고 있다. 전국의 시위 참가자들은 지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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