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안 내고 사라진 세입자… 佛법원 “집주인도 잘못” 말 한 이유

문지연 기자 2023. 11. 2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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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에펠탑 근처에 있는 한 주거용 아파트. /로이터 연합뉴스

월세를 내지 않은 세입자와 건물주 간 소송에서 건물주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프랑스 법정에서 나왔다. 해당 세입자는 2년여간 이웃집 소음에 고통받아 왔는데, 집주인이 이를 해결해 줘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각)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 등 외신에 따르면 엘로디라는 이름의 여성은 2018년 파리 북동부 벨빌 지구에 위치한 작은 아파트에 세를 들어 살았다. 거실에 방 하나가 딸린 곳으로 세 살배기 딸과 단둘이 살기에 적당한 보금자리였다.

하지만 모녀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석 달 뒤, 이웃집에 누군가 이사 오면서 밤낮으로 신음과 비명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엘로디는 “딸의 침실이 옆집 거실과 맞닿아 있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2년 동안 딸이 자기 방에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를 본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아래층에 살던 한 주민은 언론에 “어느 날 새벽 2시 소음이 너무 커서 당시 다섯 살이던 아들이 잠에서 깼더라”며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려 올라갔더니 그릇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나체의 남성이 웃으면서 문을 열었고 집 안엔 여러 명이 같은 모습으로 있더라”고 말했다.

문제의 집에서는 매일 술과 마약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만취한 사람들이 늘 계단에 좀비처럼 쓰러져 있었고 입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인근의 일부 주민들은 해당 건물을 마약 거래처 또는 성매매 업소로 여기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엘로디는 이웃을 대표해 건물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여러 차례 보냈다. 그러나 상황은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고, 건물에 빈대까지 출몰하는 일이 발생하자 월세를 내지 않은 채 임의로 집을 나와 버렸다. 이후 건물주는 밀린 월세를 지급하라며 엘로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엘로디 측은 건물주가 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당시 건물주에게 보낸 이메일과 이웃의 진술서 등을 증거로 내놨다. 그러면서 “설령 우리에게 책임이 있더라도 2년간 방 하나는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임대료도 전체가 아닌 절반만 청구해야 한다”고 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지난 15일 열린 재판에서 판사는 엘로디가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임의로 퇴거해 월세를 내지 않은 건 잘못으로 미납 임대료 일부를 지불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다만 건물주에게도 일정 부분의 책임이 있다며 약 8200유로(약 1160만원)를 엘로디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사는 “세입자는 명백한 약물 중독, 성행위,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오랜 기간 불안과 공포 분위기에서 살아왔다”며 “건물주는 세입자가 숙소를 평온하게 즐길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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