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는 많은데 회계사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 들어보니…

금융당국이 4년간 동결했던 공인회계사(CPA) 최소 선발 인원을 내년 14% 증원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온다. 회계법인의 사업영역은 크게 회계감사, 경영자문, 세무자문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감사는 고질적인 인력난이 가중된 터라 증원을 반기지만, 경기를 타는 나머지 부문은 오히려 인력이 남아도는 상황이라 증원이 달갑지 않다. 의대정원을 늘려도 비인기 전공의는 늘상 부족한 것처럼 회계사도 정원을 무작정 늘리는게 바람직하냐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2018년 신(新)외부감사법(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 시행으로 회계사 수요가 높아지면서 합격자 수를 늘려왔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수급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간 최소선발인원을 동결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 8월 감사원의 지적 사항 등을 고려해 선발 인원을 대폭 늘렸다. 금융위는 "회계법인뿐 아니라 비회계법인이 회계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공인회계사 공급 확대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금융위 정기감사 보고서에서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에 대해 지적했다. 금융위가 비회계법인이 공인회계사 공급 부족으로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일단 늘리면 감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최소 선발 인원을 1100명으로 동결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감사원 지적처럼 회계사 구인난을 호소해온 곳은 많다. 공공기관, 기업 등은 회계 업무량 급증으로 수시로 회계사 공고를 내지만 회계 인재를 뽑기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연말 감사 시즌을 앞두고 회계업계에서도 늘 치열한 인력 영입 전쟁이 벌어진다. 회계법인 내부적으로 봤을 때 유동적인 인력 교류가 쉽지 않은 탓도 있다.

회계사 전체 정원을 늘려도 감사업무에 투입되는 회계사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신입보다는 시니어 회계사의 비중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회계사 자격증만 취득했다고 끝이 아니다. 트레이닝을 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기업에) 원하는 인력이 공급 안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회계법인 관계자도 "경력과 신입의 양극화만 심화할 것"이라며 "자격증을 딴 신입들은 갈 곳이 없어 오히려 인사가 적체되고 반대로 수요가 큰 경력직 회계사 몸값은 계속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 합격자(수습 회계사)들은 회계법인 등 실무 수습 기관에서 1년 이상의 실무 수습을 해야 공식 등록 회계사가 된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회계 전문가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해줄 수 있는 곳은 빅4 회계법인과 중견 회계법인 몇 곳이다.
김 교수도 "증원을 하는 건 상관없지만 적어도 어떻게 이들을 트레이닝할건지 먼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회계사들이 회계감사를 담당하는 것은 제대로 수련 과정을 거치지 못한 의사들에게 수술을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부실한 전문가 양산은 회계 투명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회계법인 빅4 신입 채용 분위기도 좋지 않다. 빅4에서 지난해 1200여명 역대 최대 규모로 신입 회계사를 채용했지만 올해는 900명 안팎으로 채용했다. 내년에는 영업이익 악화와 이미 포화 상태인 저연차 회계사 인력으로 기존보다 신입 채용 인원을 더 늘리기 힘들 거란 예측이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20개 회계법인 전체가 2022회계연도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1616억원이다. 빅4(삼일 삼정 한영 안진)로 한정해서 보면 344억원으로 직전 회계연도 영업이익 582억원에서 62.9% 감소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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