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빈 라덴’ 된 하마스 수장...인질들 만나 “당신들 안전해”
이스라엘에 신뢰 얻어
‘알 아크샤 홍수’ 작전 기획
이스라엘의 사살 1순위
이번 인질 협상 핵심 역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로부터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들에게 이스라엘 총리가 건네는 말 같지만, 아니다. 하마스 최고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61)가 가자지구 터널 지하에 억류돼 있던 인질들을 찾아가서 했던 말이다.
지난 달 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했다. 일명 ‘알 아크사 홍수’ 작전이다. 이 작전을 수 년간 기획한 인물이 바로 신와르다.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 인질을 납치해가는 것은 하마스의 오랜 수법이다. 인질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이 자국에 붙잡은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돌려받기 위해서다.
인질을 가자지구로 끌고 온 장본인이 인질들을 찾아 안전하니 두려워 하지 말라고 말한 셈이다. 20대 독일계 여성 인질 1명과 19세 이스라엘 여군 인질 1명이 사망한 점을 감안하면 모순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이 장면은 신와르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는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정보전·심리전을 모두 무력화한 ‘두 얼굴’의 인물이다.
당국은 하마스에서 중요 업무를 담당했던 그를 하마스와의 협상 창구로 썼다. 이스라엘은 신와르를 상대하면서 점차 신와르를 ‘실용적인 인물’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신와르는 감옥에 있는 동안 히브리어를 통달했다. 인질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아랍어 특유의 억양이 섞이지 않은 히브리어를 구사한다.
2004년 신와르는 이스라엘의 한 방송국과의 인터뷰에 출연해 완벽한 히브리어를 선보였다. 수감 기간 동안 매일 이스라엘 신문과 방송을 보면서 이스라엘 문화도 철저히 익혔다.
이스라엘은 감옥에서 그의 뇌 질환을 치료해주기도 했다. 2004년 이스라엘 의료진은 신와르의 뇌에서 농양을 제거해 그를 살렸다.
신와르가 2017년 가자지구 내 비밀선거를 통해 최고 지도자가 된 이후 그는 이스라엘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그는 이스라엘의 군사력이 하마스에 비해 압도적이라며 평화를 외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습을 이스라엘이 예측하지 못한 데에는 이스라엘이 신와르에 대해 일종의 신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칸 유니스에서 자란 그는 대학생이던 시절 이슬람주의 운동에 참여했다. 1982년에 이슬람주의 활동 혐의로 이스라엘 당국에 처음 체포됐다.
1987년 하마스가 만들어질 때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25세의 젊은 나이에 하마스 보안부서 수장을 맡았다. 이스라엘과 내통하는 스파이를 색출하는 역할을 했다.
신와르는 이때 ‘칸 유니스의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1988년 다시 살인 등 혐의로 이스라엘에 체포돼 4번의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신와르는 보안부서에 있을 때 이스라엘에 협력한 팔레스타인 공모자 12명을 살해했는데, 한 공모자를 처형할 때 공모자의 친동생에게 숟가락으로 생매장하도록 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리하르트 헤크트 중령이 신와르를 “악마의 얼굴”이라고 지칭한 배경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5일 “신와르는 동족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고 땅굴에 숨은 ‘리틀 히틀러’”라며 “곧 죽을 사형수”라고 말했다.
신와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이번 인질 협상을 타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인질 협상을 중재한 카타르 관계자들과 직접 소통했다.
하마스에게 매우 성공적인 인질 협상을 주도한 경험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신와르는 2006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인질 협상 타결에 따라 풀려났는데, 실질적인 대화 창구는 신와르로 알려졌다.
당시 하마스는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샬리트를 납치해 5년 동안 억류하며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자국에 수감하고 있던 팔레스타인인 1027명을 샬리트 1명과 교환했다.
1대 1000 이상의 ‘굴욕적인’ 교환 비율, 신와르를 석방한 데 따른 결과물은 이스라엘에서 인질 교환을 거부하는 강경한 목소리의 근거가 됐다.
이스라엘 내에서 극우로 분류되는 벤 그리브 국가안보부 장관은 지난 21일 이스라엘이 인질 협상을 승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때 “하마스로부터 샬리트를 받는 대신 신와르와 그의 친구들을 내보내 이 전쟁을 초래했다는 점을 기억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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