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질 뻔했던 일시휴전, 카타르 중재로 가까스로 유지"
합의 이행 유도하고 휴전 연장에도 관여 '중재외교' 존재감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일시 휴전이 중간에 깨질 위기에 놓였지만 카타르의 중재로 유지됐다고 27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시휴전 이틀째인 지난 2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카타르항공 여객기가 착륙했다.
양측의 일시휴전·인질석방 합의를 중재했던 카타르의 협상단이 안에 타고 있었다.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카타르 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P는 전했다.
협상단의 방문은 와해 위기에 놓인 휴전 합의를 지켜내기 위한 것이었다.
하마스는 25일 2차 인질 석방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약속보다 적은 수의 구호 트럭을 보내는 등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는다며 일정을 늦췄다.
카타르 협상단은 살얼음판 같은 상황에서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대면 회의를 거듭했다. 한 외교관은 특히 모사드 관계자들과의 회의가 휴전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카타르의 조율로 예정된 시각보다 약 7시간 늦은 25일 밤 2차 석방 대상인 이스라엘 인질 13명과 태국인 4명이 풀려날 수 있었다.
주말 동안 중재 임무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후 카타르 협상단 대부분은 귀국했다.
하지만 일부는 남아서 이스라엘 정보당국과 함께 휴전 연장 협상에 관여했다고 해당 사안을 보고받은 한 외교관이 전했다.
이러한 노력은 결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카타르 외무부는 27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가자지구에서 인도적 휴전을 이틀간 연장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요엘 구잔스키 선임연구원은 카타르 당국자들의 이스라엘 방문이 "이전에는 절대 볼 수 없던 것"이라며 "카타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하마스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행위자"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카타르는 이집트·미국과 함께 휴전 협상을 중재하며 독특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카타르는 자국에 미군기지를 둘 정도로 미국과 가까운 친(親)서방 국가이면서도 하마스, 무슬림형제단, 탈레반 등 서방에 의해 테러 세력으로 규정된 이슬람 단체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카타르가 2014년 이후 가자지구에 지원한 금액은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는 하마스의 대외 창구인 정치 사무소가 있다. 하마스 정치 사무소는 비공식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2012년 도하에 문을 열었다.
이런 배경으로 카타르는 자국에 거주하는 하마스 고위간부 등 조직의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일정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전 카타르 주재 미국 대사인 패트릭 테로스는 미국이 대놓고 대화할 수 없는 조직을 끌어들이는 카타르의 정책이 "엄청난 소프트파워"가 됐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카타르의 중재 외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서 빛을 발했다. 전쟁 발발 이후 협상을 위해 이란 외무장관, 레바논 임시총리,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여러 직·간접 당사국의 고위급 인사가 줄줄이 도하를 방문했다.
구잔스키 연구원은 "이스라엘은 카타르가 필요하다"면서 "또 여러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카타르는 아랍권에서 유일하게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 대의에 충실하다고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카타르는 이제 휴전을 유지하고 지역 전쟁으로의 확전을 막는 등 당장 가능한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전투 현장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분쟁은 없다"며 "인질들이 풀려나고 일시휴전이 계속되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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