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하마스, 10여년 '기묘한 공생'…이젠 동반퇴장 수순"

박진형 2023. 11. 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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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네타냐후,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막으려 하마스 가자지구 장악 용인"
안보 실패로 네타냐후 지지율 추락…가자 내 하마스 반대여론도 커져
지난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당한 가자지구 메가지 난민촌에서 주민들이 무너진 건물 폐허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지난 10여년간 서로 의존하는 '기묘한 공생'을 해왔으나, 이제 '동반 퇴장'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네타냐후 정권은 팔레스타인을 분열시키고 평화협상을 막기 위해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를 사실상 용인해왔지만, 전쟁으로 양쪽 모두 퇴출 위기에 몰렸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아담 라즈는 네타냐후와 하마스의 관계에 대해 "기묘한 동맹이 계속돼 왔다"며 "하마스는 (이제 더 이상) 가자지구를 다스리는 정부가 아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네타냐후도 정치적 경력의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1996∼1999년 첫 집권에 이어 2009년 총선 이후 재집권한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 당시 선거운동 기간 하마스를 파괴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그는 정작 집권하자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와 라이벌 정파 파타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다스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팔레스타인이 분열된 기존 상태를 흔들지 않는 전략을 주로 추구했다고 WP는 평가했다.

이는 독립국가 창설을 통한 '두 국가 해법'과 평화협상을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런 팔레스타인의 분열은 네타냐후에게 도움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스라엘의 여론조사·정치 전문가인 달리아 셰인들린은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에 통일된 지도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대화할 상대가 없다'며 평화협상을 진전시킬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정부는 그 이전 40여년간 이스라엘의 근본 이슈인 팔레스타인 문제를 제쳐놓고 경제성장과 이란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시위대 "네타냐후 유죄"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관저 바깥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시위대가 "네타냐후는 유죄"라고 외치면서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네타냐후 정권은 2021년까지 집권하면서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진 조치를 계속 승인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은 카타르에 가자지구 공무원의 급여 지급과 현지 인프라 개선 용도 명목의 자금을 가자지구로 송금하도록 허용해줬는데 이는 하마스의 군사비로 쓰였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는 또 2018년 파타의 PA와 하마스가 화해에 근접했을 때에도 화해 시도를 막기를 희망했다.

라즈는 "지난 10년간 네타냐후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무너뜨리려는 어떤 시도도 차단하려 애썼다"고 설명했다.

이제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1천2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참사를 겪은 뒤 네타냐후 정부의 이 같은 대(對)하마스 전략은 철저한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하마스의 공격을 속수무책으로 허용한 안보 실패에 대한 분노 여론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점으로 추락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의 약 75%는 전쟁이 끝나면 네타냐후가 물러나거나 교체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하마스의 경우 2006년 이후 가자지구에서 선거가 열리지 않았고 이제는 여론조사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가자지구 주민들의 하마스 지지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전쟁 전에는 하마스의 보복 우려 때문에 공개적인 비판이 어려웠으나, 소셜미디어나 WP의 현지 인터뷰에 따르면 하마스를 비판하려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민간인들이 이스라엘군의 맹공격에 노출되도록 내버려 뒀다며 보기 드물게 하마스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에 나섰다는 것이다.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 발라에 사는 약사 아흐마드(44)는 "나는 이렇게 말하는 게 두렵지 않다. 우리는 하마스를 원하지 않는다. 전쟁 때문만이 아니라 지난 세월 때문"이라고 WP에 밝혔다.

그는 "유능한 통치가 없어서 우리는 빈곤과 비참함에 빠져 있고, 엄청나게 파괴적인 이 전쟁으로 사정이 더 나빠졌다"고 덧붙였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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