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대모산성 출토 궁예 태봉국 목간...'역대 중 글자수 최다'
태봉인 호족 ‘무등’ 존재 새롭게 확인
최근 양주 대모산성 집수시설에서 출토된 태봉국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이 전문가 검토 결과 한반도에서 발견된 목간 중 문자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양주시와 재단법인 기호문화재연구원 등은 지난 20~21일 이틀간 양주 대모산성(사적 제526호) 제13차 학술발굴조사에서 출토된 ‘태봉국 목간’에 대한 판독회의를 열고 목간 한 면에 적혀 있는 ‘정개 3년 병자 4월 9일(政開三年丙子四月九日)’에 대한 문구를 확정했다.
궁예가 건국한 태봉국과 관련된 목간 출토는 국내에서 최초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판독회의에선 총 123자의 글자 가운데 102글자가 판독됐다.
판독 결과 양주대모산성 내 큰 연못(大井)에서 대룡(大龍)에게 제사를 지낸 내용이 주를 이루며 이 같은 내용 가운데 새로운 태봉 사람의 존재가 확인됐다.
목간 4면에 신해세입육무등(辛亥歲卄六茂登)의 글귀에서 신해년 태생의 26세 무등(茂登)이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신해년은 891년으로 정개 3년(916년) 시점에 26세로 계산되어 목간의 제작 시점과 일치하며,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태봉 사람의 인명이다.
판독회의에서 전문가들은 916년이 병자년으로 목간의 기록과 일치, 연호와 간지가 결합된 절대 연대를 보여주는 유일한 목간으로 중요성을 높게 평가했다.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태봉국 목간은 8면으로 구성돼 있고, 그림이 있는 한 면과 공란 한 면을 제외한 나머지 면에 8행의 글씨가 묵서돼 있다.
총 글자 수 123자로 구성돼 한반도에서 발견된 목간 중 최다면(面), 최다행(行), 최다 문자 수인 것도 주목받았다.
특히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단편적으로 밖에 확인할 수 없는 ‘태봉국’의 모습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번 출토 유물의 가치는 ‘새로운 삼국사기의 발견’에 비견될 정도로 한국 고대사 연구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양주대모산성이 삼국시대~후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군사적 요충지로 무등은 태봉국 지배에 있던 성주나 지방 호족일 가능성과 후삼국시대에도 양주대모산성 일대에 정치세력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시는 양주대모산성의 역사적 가치와 잠재성을 높이 평가해 2018년부터 발굴조사를 진행해 왔고, 그 결과 ‘태봉국 목간’을 찾을 수 있었다.
시는 다음 달 6일 조사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태봉의 연호가 남아 있는 목간과 주요 출토 유물을 공개할 계획이다.
판독회의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은 향후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역사학계에서 미지의 세계로 보여진 태봉국의 모습을 순차적으로 밝혀나갈 방침이다.
이종현 기자 major0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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