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옆에서 방탄조끼 입은 머스크... "하마스 제거 돕겠다" 맞장구

하마스에 공격당한 키부츠 둘러봐
엑스 '반유대주의' 논란 수습 의도

미국 기업인인 일론 머스크(맨 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7일 이스라엘 남부의 키부츠(집단농장)인 크파르 아자를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총리 등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이스라엘을 방문한 미국의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를 겨냥해 "살인자는 무력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마스를 제거해야 한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맞장구를 친 것이다. 최근 자신이 소유주이기도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된 '반(反)유대주의 글'에 동조했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이를 수습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을 방문한 머스크는 "살인자는 무력화돼야 하고, 살인자가 되도록 훈련하는 선전전은 중단돼야 한다"며 하마스를 저격했다. "하마스는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는 네타냐후 총리 발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도 돕고 싶다"면서 적극 호응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또, "가자지구를 번영시킬 수 있으면 좋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당신이 직접 개입하기를 바란다"며 "이곳에 왔다는 사실 자체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당신의 약속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머스크는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남부의 키부츠(집단농장)인 크파르 아자를 방문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이 공개한 영상엔 그가 방탄조끼를 입고 경호원들 호위를 받으며 휴대전화로 키부츠 현장의 사진과 영상을 찍는 모습도 담겼다.

머스크는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사람들이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면서 기뻐하는 영상을 보고 감정적으로 힘든 하루를 보냈다"며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런 게 좋은 일이라는 선전전에 노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엑스가 반유대주의(콘텐츠)로 가득 차 있다며 "당신이 엄청난 역할을 해야 하고 우리가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15일 엑스에서 '반유대주의 음모론'을 주장하는 글을 지지해 논란을 자초했다. '유대인들이 백인에 대한 증오를 부추긴다'는 취지의 한 게시글에 그는 "당신은 진실을 말했다"는 댓글을 달았고, 이후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그러자 머스크는 최근 엑스에 "내가 반유대주의적이라고 주장한 언론 기사들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는 해명 글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