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만큼 성숙해진 박지수, 좀 더 야무진 농구가 기대되는 이유는?

남정석 2023. 11.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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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받는 느낌이라 너무 좋네요."

KB스타즈 박지수가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1라운드 MVP를 수상했다.

박지수는 27일 청주체육관서 열린 우리은행전에서 18득점-16리바운드로 팀 승리를 이끈 이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첫 수상을 하는 것처럼 새로운 느낌이다. 혼자할 수 없는게 농구이기에 팀원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고마움도 표시했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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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스타즈 박지수가 27일 청주체육관서 열린 우리은행전에서 플레이가 잘 풀리자 밝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WKBL

"처음 받는 느낌이라 너무 좋네요."

KB스타즈 박지수가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1라운드 MVP를 수상했다. 역대 14번째로 이 부문 단연 1위다.

우리은행의 김단비와 박혜진이 각각 12차례와 9차례로 현역 2~3위를 잇고 있는데, 두 선수가 박지수보다 8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앞으로 받을 기회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프로에 데뷔한 2016~17시즌 6라운드에서 처음으로 받은 후 지난 2021~2022시즌까지 5년간 매년 2~3회의 라운드 MVP를 휩쓸어 스스로는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올 시즌 1라운드 수상은 분명 박지수에겐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박지수는 27일 청주체육관서 열린 우리은행전에서 18득점-16리바운드로 팀 승리를 이끈 이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첫 수상을 하는 것처럼 새로운 느낌이다. 혼자할 수 없는게 농구이기에 팀원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고마움도 표시했다"며 밝게 웃었다. 이유는 당연히 공황장애로 인해 지난 시즌 9경기를 뛰는데 그치면서, 디펜딩 챔프였던 팀의 5위 추락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던 안타까움과 미안함 때문이었다.

심기일전을 한 박지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정상적으로 팀 훈련을 소화했고, 27일 우리은행전 승리로 팀을 공동 1위까지 끌어올리며 '여제의 귀환'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하지만 지난 8일 신한은행과의 개막전부터 개인 통산 4번째 30득점-20리바운드를 달성했고, 바로 다음 경기인 삼성생명전(11일)에서는 16득점-13리바운드-10어시스트로 개인 통산 6번째 트리플 더블을 기록한 박지수는 우리은행과의 시즌 첫 맞대결(15일)에서 17득점-24리바운드로 펄펄 날았음에도 경기 종료 3.6초를 남기고 역전골을 허용하며 패한 후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팀은 3연승을 달렸지만 장기인 2점슛 성공률이 50%를 계속 밑돌자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이는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시즌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마음이 조급함과 부담감으로 작용한 상황, 이 때 김완수 KB스타즈 감독과 팀원들 그리고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멤버로 같이 뛴 신한은행 베테랑 이경은 등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조언이 큰 힘이 됐다. 박지수는 "야투율이 안 좋다보니, 어느새 경기 중 안 들어갔던 골을 세고 있었다. 이처럼 생각이 많다보니 온전히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다"며 "부진한 최근 경기를 보고 대표팀에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의지했던 (이)경은 언니의 전화가 왔다. 내 상황을 주위 사람들이 모두 걱정스럽게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번쩍 정신을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며 "감독님이 예전 기록을 비교해 주시며 야투율과 평균 득점을 제외한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등은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다고 강조하셨다. 또 아무리 못해도 내 평균 이상은 하고 있으니 일희일비 하지 말라고, 절대 완벽할 수는 없다고 다독이셨다. 서서히 심적으로 편해지면서, 다시 한번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덕분인지 박지수는 우리은행전에서 전반 다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며 부진했지만, 후반전에는 자신에게 최대 3명이 달려드는 협력 수비가 붙자 염윤아나 김민정 등 골밑을 파고드는 동료들에게 차분히 A패스를 전달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박지수는 "개막전만큼 많이 오신 팬분들 앞에서 두번 연속 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싫었다. 내 욕심을 내지 않고 약속한대로 움직여준 동료들을 살려준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며 동료들에게 승리의 요인을 돌렸다.

"라운드 MVP를 계속 받고 싶습니다. 그럼 계속 더 잘해야겠죠? 하하." 아픈만큼 성숙해진, 한층 밝아진, 그래서 새삼 MVP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고 좀 더 야무진 농구를 해보겠다는 그의 다짐이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청주=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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