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생산 중단 시작… 中 전기차 이어 배터리도 구조조정 ‘칼바람’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11.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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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중위권 배터리 기업, 생산 중단 결정
전기차發 수요 둔화에 수익 전망 불투명
”자금력 갖춘 상위 배터리 기업만 생존”

중국 중위권 배터리 기업이 실적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공격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장해 왔지만, 수요 둔화로 가격 경쟁이 시작되자 이를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전기차 시장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본격화한 만큼, 배터리 업계의 내실을 갖춘 업체만 살아남는 ‘옥석 가리기’ 역시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차이신, 계면신문 등에 따르면 톈진시제웨이(捷威)동력유한공사는 오는 12월 1일부터 연간 생산량 1.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톈진 공장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제웨이 관계자는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 투자자가 손실을 감수할 의향이 없어 지분을 매각할 예정인데, 새 투자자가 생산 능력 계획을 조정할 수 있어 일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생산 재개 시점에 대해선 “조직 조정 완료 시점과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인력 구조조정까지 시사한 셈이다.

중국 톈진제웨이동력유한공사./바이두 캡처

총 24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제웨이는 2009년 설립된 배터리 회사로, 톈진·옌청·자싱·창싱·추저우 등 중국 내 5개 기지에서 연간 10GWh의 배터리를 생산한다. 최대 주주는 중국 주요 투자기업인 푸싱인터내셔널(49.95%·6월 말 기준)이다. 제웨이는 지난해 8월 “2025년까지 중국 3대 배터리 회사로 올라설 것”이라며 같은 해까지 생산능력을 100GWh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터리 100GWh는 200만대의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제웨이의 이같은 목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1~10월 제웨이의 배터리 탑재량은 0.88GWh로 전체 시장에서 13위(0.3%)에 그쳤다. 지난해 2월 중국 체리자동차로부터 50억위안(약 9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내고, 연이어 유럽·일본에서 주문을 받았지만,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푸싱인터내셔널은 올해 상반기 제웨이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8% 감소한 4억8000만위안(약 870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중국 배터리 업계는 제웨이를 시작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전기차 업계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이미 도산, 구조조정, 투자 연기 등이 잇따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200여개 업체 중 15개 업체가 파산 위기다. 중국 경기 침체로 인해 자동차 등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둔화했고, 실적 부진으로 자금 유치까지 어려워진 탓이다.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업체 중 3분의 1은 올해 7~9월 차량을 500대도 팔지 못했다.

전기차 시장 위축에 따라 배터리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정작 배터리 공급은 늘어나고 있다. 이전까지는 선두 업체들도 생산능력 확충이 완료되지 않아 소규모 기업들도 납품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선두 업체들이 대규모 생산 시설을 완비하면서 배터리 수급이 원활해졌고, 가격 경쟁이 시작됐다. 한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자동차 기업들은 대규모 생산 능력과 공급이 보장되지 않는 비주류 배터리 기업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수의 상위 배터리 업체만 생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중국 배터리 시장은 CATL과 BYD가 양분하고 있다. 이 두 기업이 만든 배터리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외 3~10위 배터리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차이신은 “많은 전문가들은 살아남을 신에너지차 기업 수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배터리 기업은 완성차 기업에 납품하는 입장인 데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해 완성차 기업의 절반 수준만 남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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