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맡겨 보니 사람보다 낫다”… 인간수준 지능모델 ‘눈앞’ [심층기획-‘챗GPT’ 등장 1년]
月 방문자 16억… 생성형 AI 중 독보적 1위
업그레이드 거듭해 작곡·디자인 등 ‘척척’
편집 앱으로 AI 프로필 사진 만들기 유행
MZ세대 사이선 자기 표현 수단으로 각광
콜센터 고객 응대·상담사 보조 역할 ‘톡톡’
증권사선 해외기업 공시 번역·요약 맡겨
#2. B금융사는 올해 콜센터 상담에 AI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내부 AI를 구축해 수백개의 자사 상품을 학습시켰다. 상담원들은 모든 상품 정보를 찾지 않아도 고객 질문에 대해 AI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는 내용을 바탕으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챗GPT 이후 다른 기업들도 AI를 잇따라 내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 ‘빙’, 구글 ‘바드’, xAI ‘그록’ 등이 모두 올해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LG ‘엑사원’, 삼성 ‘가우스’, SK텔레콤 ‘에이닷’, KT ‘믿음’ 등이 출시됐다. 출처를 제시하거나, 유머를 탑재하는 등 차별화하는 모습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비스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번역부터 영어 공부, 회의록이나 통화 요약 등은 물론, 이미지 생성과 수정, 광고 카피 제작, 작곡, 웹툰 채색, 패션 디자인, 의료, 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AI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사람들은 AI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모습이다.
학생들은 챗GPT를 적절히 이용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학교와 가정에서 챗GPT에 의존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챗GPT 답을 100% 믿을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중학생 자녀를 둔 C씨는 자녀가 과제할 때 가끔 챗GPT를 이용하는 것을 본다고 했다. C씨는 “물어보니 네이버나 구글을 검색해도 알기 어려울 때 챗GPT에 입력해 본다고 했다”며 “글쓰기 등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학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지난 1학기 오픈 북 시험에서 챗GPT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AI를 믿고 공부를 안 할 것이라는 우려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공부도 열심히 했고, AI 활용 능력도 높은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교수는 “사회에 나가면 인터넷과 AI가 열려 있다. 학생들은 이제 AI 활용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미지까지 인식하는 GPT-4가 나오면서 2학기에는 시험 문제를 어떻게 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사진과 이미지를 생성하는 AI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에게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모바일 사진 편집 애플리케이션(앱)으로 AI 프로필 사진을 만드는 게 유행하고 있다. 스노우, 캐럿, 피카부스튜디오, 카카오톡 칼로 AI프로필 등 여러 서비스가 등장했다. 내 사진을 올리면 보정을 거쳐 연예인이나 1980년대 졸업사진 등 원하는 스타일로 바꿔 준다. 실물과 달라지다 보니 신분증에 사용할 수 없지만, 가능하게 해 달라는 민원은 계속된다. 자기소개서에 붙인 사진과 면접장에 등장한 얼굴이 달라 기업 측에서 당황했다는 사연도 전해진다.
기업들도 AI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AI를 제대로 쓸 경우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오토노미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도입으로 업무 생산성이 높아질 경우 2033년쯤엔 영국 근로자의 28%가 임금과 성과를 유지하면서도 주 4일 근무로 단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정보기술(IT) 개발자들은 업무에 잘 활용하고 있다.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명령하는 과정인 코딩은 챗GPT가 잘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개발자 D씨는 “챗GPT에 코드 리뷰를 시켜 보면 놓친 부분을 찾아 주거나 다른 코딩을 제안해 주기도 한다”며 “사람보다 나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이벤트성이지만 상품 기획에 챗GPT가 참여하기도 한다. GS25는 챗GPT 기반 AI 아숙업에 레시피, 캔 디자인 등을 질문해 나온 답으로 만든 하이볼을 선보였고, SPC삼립은 챗GPT가 추천하는 토핑을 활용한 샐러드 신제품을 출시했다.
다수 기업은 보안 우려로 챗GPT보다는 내부 시스템에 LLM AI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갖는다. 내부 정보를 학습시키면 이용이 수월하다. 단순 업무를 AI에 맡기는 시도는 시작됐다. 반복 업무가 많은 금융권에서 사례를 볼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AI가 해외기업 공시를 번역·요약해 투자자들에 제공한다. 삼성생명이나 NH농협생명 등은 수기로 작성한 보험청구 서류를 전산에 입력하는 데 AI 광학문자인식(OCR)을 이용해 처리한다.
콜센터에 AI 도입도 빨라지고 있다. AI가 직접 고객에 간단한 응대를 하기도 하고, 상담사가 상담에 필요로 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찾고 정리·요약해 고객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업에 생성형 AI를 서비스하는 LG CNS 관계자는 “LLM 설치에 관한 문의가 이전보다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생성형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AI로 인한 변화가 앞으로 더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1990년대 초 웹브라우저가 개발된 뒤 야후, 아마존, 구글, 네이버 등이 나온 것과 같이 AI를 이용한 다양한 사업과 서비스가 등장해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AI가 탑재된 스마트폰과 PC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경전 교수는 “이제 더 많은 사람이 AI를 응용하고, AI를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변화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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