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우리가 돈을 쓰지 못하는 이유

세종=유선일 기자 2023. 11. 2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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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비소비지출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은행 등에 매달 내는 이자 비용이다.

이자 비용이 급등한 것은 고금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출이 꾸준히 불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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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소득은 503만 3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11.23.
"다른 집은 한 달에 얼마쯤 쓰면서 살까?"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의문에 대한 대답, 즉 '국민의 소비 수준'은 정부 정책 결정에서도 중요한 통계다. 소비가 요즘처럼 차갑게 식거나 반대로 과열되면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우리나라 한 가구는 월평균 약 387만원을 지출했다. 작년 같은 분기(약 372만원)와 비교하면 1년 새 월간 씀씀이가 4.0%(약 15만원) 늘었다.

3분기 지출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상품·서비스 구입을 의미하는 '소비지출' 증가율(3.9%)보다 세금·이자 등 의무성이 있는 '비소비지출' 증가율(4.3%)이 높았다.

비소비지출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은행 등에 매달 내는 이자 비용이다. 올해 3분기 월평균 이자 비용은 12만9000원으로 작년 같은 분기(10만4000원) 대비 24.2%(약 2만5000원) 늘었다. 전체 지출 증가율의 6배 이상이다. 지난 2분기에는 이자 비용 증가율이 3분기보다 높은 42.4%에 달했다.

이자 비용이 급등한 것은 고금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출이 꾸준히 불어났기 때문이다. 3분기 가계신용(대출·카드빚)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4조3000억원 늘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월부터 3.5%를 유지했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신규 취급액 기준)는 10월 3.97%로 전월(3.82%)보다 0.15%포인트(p) 올랐다. 자연스럽게 은행 수익이 불어났다. 국내 은행의 올해 1~3분기 이자 이익은 44조2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9% 늘어난 것으로 1~3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소비가 늘어난 만큼 소득도 커졌을까.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약 503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약 487만원)보다 3.4% 늘었다. 소득 증가율이 지출 증가율에 못 미친 것도 아쉽지만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이 0.2%에 불과한 것이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소득만큼 물가가 올라 사실상 벌이가 1년 동안 제자리걸음 했다는 의미다. 3분기 실질소득 증가율은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0.8%)의 4분의 1 수준이다.

고물가가 소비를 제약하는 현상은 2년 넘게 계속됐다. 물가상승률은 2021년 9월 2.4%에서 10월 3.2%로 뛴 후 올해 5월까지 한 번도 3%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지난 6월(2.7%)과 7월(2.3%) 2%대로 잠시 내려왔지만 8월부터 다시 3%대로 올라갔고 상승폭도 3개월째 확대됐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소득이 정체되고 이자가 불어나는 상황에서 소비를 늘리지 않는다. 내수를 살리려면 결국 고물가·고금리 흐름을 끊어야 한다는 의미다. 소비자심리지수가 8월부터 3개월째 하락하는 등 주요 소비 지표가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올해는 2.5%에서 1.9%, 내년은 2.4%에서 1.8%로 각각 내려 잡는 등 암울한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내수 진작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때다. 키는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이 쥐고 있다.

유선일 기자 /사진=유선일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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