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부산엑스포 “출발 늦었지만, 대역전 가능하다”
# 우리나라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최종 투표에서 막판 대역전극을 노린다. 부산 유치전은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야 본격화됐다. 다른 후보 도시에서 비해 출발부터 늦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가 명운을 걸고 유치전을 오래 전부터 시작했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물론 이탈리아 로마에도 뒤쳐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대통령을 중심으로 민·관이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서면서 최종 3개 도시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현재는 막판 대역전극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역전을 노린다
부산의 시나리오는 2차 투표까지 리야드를 몰고 가는 것이다. 1차 투표에서 리야드의 3분의 2 이상 득표를 저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부산이 최소 로마를 제치고 2위를 하면, 2차 투표는 부산과 리야드 2파전으로 압축된다. 이 상황에서 로마 표를 우리가 가져오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말 그대로 막판 대역전극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박람회기구(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를 반 년간 두 차례 방문했을 정도로 유치전을 앞장서 진두지휘했다. 첫 번째 방문에선 직접 PT를 하면서 부산의 장점을 소개했다. 지난주 두 번째 방문에선 각국 대표단을 망라해 오·만찬 행사를 주최하며 마지막 한 표를 호소했다. 모든 참석자와 일일이 악수하며 환담하고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진심을 내비쳤다.
유치 공동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 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바턴을 이어받아 마침표를 찍겠다는 각오다.
한 총리는 지난 26일 프랑스 파리로 출국하면서 “경쟁국들보다 엑스포 유치 경쟁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민관이 흘린 땀은 어느 나라보다 진했다고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막판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고마운 분들께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마지막 PT 연사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홍보 효과 극대화와 상대 도시에게 우리의 전략을 읽히지 않기 위해서다. 다만 외교가에선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나승연 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대변인 등이 거론된다. 4차 PT 때는 윤 대통령과 함께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깜짝 등장했었다.
◇리야드와 로마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국제 여론 악화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일부 국가가 지지 철회를 선언하고 대한민국 지지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2030 세계박람회를 부산에 유치하려는 한국 정부를 지지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 원유 수입 등 중동과의 관계를 중시해 사우디 리야드를 개최지로 지지하려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취임 후 한일 관계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런 방침을 굳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지난 9월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이 같은 의사를 비공식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투표를 앞두고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수의 나라가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를 방증하듯 참석명단이 비공개로 붙여진 지난주 윤 대통령의 각국 대표단 오·만찬 행사 등에선 사우디를 공개 지지한 일부 국가를 제외한 다수의 국가 대표단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도 이를 의식해 표단속에 나섰다. 투표 당일 파리 주재 대표단이 아닌, 각 나라의 장·차관을 파견해달라는 요청을 지지 국가들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로마는 문화와 역사를 부각하지만, 지난 2015 밀라노가 엑스포를 개최한 경력이 있어 회원국 지지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력을 다했다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여전히 추격자 입장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지난 1년반 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무려 150개국 이상의 정상들과 회담했다. 많이 추격을 했고 한번 해볼 수 있겠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총리 등 정부 측 인사들과 13개 기업 관계자들은 민관 유치위원회가 꾸려진 지난해 7월 8일부터 유치 활동을 위해 지구 495바퀴에 해당하는 1989만1579㎞를 이동했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는 총 33개국(중복 포함)을 방문했으며 민관은 각국 정상을 포함해 총 3472명을 만났다.
부산이 개최 도시로 선정되면 60조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5년마다 열리는 세계박람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전 세계 3대 행사로 꼽힌다. 1988년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을 개최했던 한국이 2030년에 등록 엑스포까지 유치한다면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3대 국제행사를 모두 개최하는 나라가 된다.
◇정쟁도 멈춘 엑스포
여야는 투표 하루전인 27일 한 목소리로 부산 유치를 응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대한민국 부산만이 가진 다양한 매력과 역동성, 무궁한 잠재력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꼭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61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갖는 절호의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지도록 끝까지 부산 개최 염원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1 야당 더불어민주당도 힘을 보탰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부산시민과 국민 여러분이 뜻을 모았고, 정부와 국회와 기업이 힘을 합쳐 달려왔다”면서 “엑스포는 대한민국 발전 경험을 국제 사회와 공유하고, 기후 위기·인구구조 변화·기술 발전 등 글로벌 미래 과제를 주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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