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이식도 성차별하는 아시아 "기증하는 건 여성, 받는 건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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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의식이 낮은 아시아 국가에선 장기 기증을 두고도 성차별이 만연하다.
쿠마르 NOTTO 이사는 더인디안익스프레스에 "장기 이식이 필요한 질환의 유병률은 성별 차이가 거의 없다"며 "남성이 여성보다 장기 이식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의학적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장기이식학회는 2021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생체 이식을 통한 신장 기증자의 64~90%가 여성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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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공여자 5명 중 4명은 어머니·아내
"생계 유지 이유로 여성에 기증 압박"
인권 의식이 낮은 아시아 국가에선 장기 기증을 두고도 성차별이 만연하다. 남성들은 생계를 책임진다는 이유로 여성 가족 구성원에게 장기를 받아 생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여성들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라는 압박을 받아 장기를 내주지만 필요할 때는 장기를 기증받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부장적 문화 속 남성에 장기 기증 강요
26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와 인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인도 국립장기조직이식기구(NOTTO)가 1995년부터 2021년까지 인도에서 장기 기증을 받은 3만6,640명을 분석한 결과 2만9,695명(81%)이 남성이었다.반면장기 기증자의 약 80%는 여성이었다.
장기 이식은 생존한 사람이 장기를 공여하는 ‘생체 이식’과 뇌사자의 장기를 주는 ‘뇌사자 장기 기증’으로 나뉜다. 인도에선 가족의 장기를 이식하는 생체 이식 비중이 93%에 이른다. NOTTO는 “생체 이식의 공여자는 대부분 장기가 필요한 사람의 아내나 어머니”라며 "장기를 기증하는 뇌사자는 대부분 남성인 것과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균형 뒤엔 뿌리 깊은 성차별이 있다. 가부장 문화가 여전한 인도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교육 수준이 낮다. 남성에게 생계를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가족을 위해 장기를 내줄 것을 강요받는다.
인도 뉴델리의 심장전문의 산지브 주트치 박사는 “남성을 가족 수입의 원천으로 여기는 분위기 속에 아내들은 목숨을 걸고 장기를 나누라는 압박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거부하긴 쉽지 않다. 인도 언론 데일리선은 “장기 이식 대상자의 형제가 가장 이상적인 기증자라는 검사 결과가 나와도 대개의 경우 아내의 장기를 적출한다”고 전했다.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성 격차 지수에서 인도는 올해 조사 대상 146개국 중 127위에 그쳤다. 유엔의 성 불평등 지수에선 190여 개국 중 122위였다.
아시아 신장 기증자 64% 이상이 여성
남편이 아픈 아내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인도 의료인들의 설명이다. 인도 뭄바이 DY파틸의과대학 장기이식센터의 마유리 바브 코디네이터는 타임스오브인디아에 “15년간 일하면서 남편이 아내에게 장기를 기증한 경우는 딱 한 번 봤다”고 말했다.
인도 남부 텔랑가나주 오스마니아 종합병원 장기이식센터의 스리바리 바누찬드라 박사는 “남편이 아내에게 장기를 주겠다고 나서도 아내들은 죄책감 때문에 거부한다"며 “아내가 수락해도 남편 부모는 물론이고 심지어 아내 부모까지 포기를 종용한다"고 했다. 그는 "여성이 장기를 내줘야 할 때는 양가 부모로부터 기증 압박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덧붙였다.
쿠마르 NOTTO 이사는 더인디안익스프레스에 “장기 이식이 필요한 질환의 유병률은 성별 차이가 거의 없다”며 “남성이 여성보다 장기 이식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의학적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도 배우자에 신장 준 여성은 67%
이는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장기이식학회는 2021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생체 이식을 통한 신장 기증자의 64~90%가 여성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 일본, 호주 등 10개 국가에서 여성 공여자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한국에선 남성 배우자에게 신장을 준 여성의 비율은 67%인 반면 여성 배우자에게 신장을 준 남성은 33%였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상황에서도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사설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남성이 가족을 위해 재정적 책임을 짊어졌다는 이유로 남성의 건강에 더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가장이 아닌 어머니와 아내의 생명은 구할 가치가 없다는 의미인가?"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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