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영의 News English] 美 WP 日 지국장은 韓 독립투사 증손녀

윤희영 기자 2023. 11. 2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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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최정진

미국 최고 유력지(the most influential newspaper) 워싱턴포스트의 일본 도쿄 지국장 이름은 Mishell Ye Hee Lee다. 그렇다.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녀가 한국 근대사 배경 대하 드라마(epic drama against the backdrop of modern Korean history) 같은 가족사를 신문에 소개했다.

외조부모(maternal grandparents)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월남했다. 하지만 외할아버지는 그 와중에 실종돼 가족과 생이별 후 소식이 끊겼다. 부모는 군부 주도 정권을 무너뜨리며(topple the regime) 한국 민주화 전환점이 된 1987년 6·10 민주 항쟁, 바로 그날 결혼했다.

본인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린 그해 여름,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일곱 살이 되던 해, 괌으로 이민을 간 후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느낌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또 그러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한국 국적도 포기했다(renounce Korean citizenship).

지난 4월 증조할아버지 유해(remains of her great-grandfather)가 대전현충원으로 이장되는 행사에 참석하기 전까지는 항일 독립투사(independence activist against colonial Japan)였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3·1 운동이 일어난 1919년 울산에 머물던 증조할아버지는 22세 청년이었다. 4월 어느 날 밤, 약 20명 젊은이가 흰색 명주 천을 펼치고(unfurl a sheet of white silk) 가운뎃손가락을 깨물어(bite down on their middle fingers)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 바칠 것을 혈서로 맹세했다(write a pledge in their blood).

이튿날 아침, 공을 차 올리는 것을 신호로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 독립 만세(Long live the independence of Korea)”를 외쳤다. 금세 100명 이상이 합세했다. 일본 경찰은 즉시 총검을 휘둘러 군중을 해산시켰다(disperse the crowd by wielding their bayonets). 다섯 명이 숨졌고, 증조할아버지 등 14명의 주동자는 체포됐다. 2년 징역형을 선고받은(be sentenced to two years in prison) 증조할아버지는 풀려나자마자 민족정신 교육기관을 세워 독립운동 맥을 이어갔다.

1966년 불치병 진단을 받자(be diagnosed with a terminal illness) 곡기를 끊어 생을 마감했다(end his life by starving himself). 부산 선산에 묻힌 그는 뒤늦게 독립 유공자로 인정돼 1980년 대통령 표창, 1990년 건국훈장을 받았고, 지난 4월 대전현충원으로 이장하게 됐던 것이다. 선산 묘소 유해 수습·화장에서 현충원 안장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본 리 지국장은 이렇게 썼다.

“증조할아버지와 나의 인생은 한국의 한 세기 시작과 끝을 지탱하고 있다(bookend a century). 나는 미국인 기자로서 증조할아버지가 옹호하고 대항했던(stand for and against) 한일 양국을 담당하고 있다.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했던 당신께선 아마 상상하실 수도 없으리라. 두 나라는 역사적 응어리를 극복하고 나아가려(move past historical baggage) 하고 있고, 나는 그런 노력을 취재하고 있다. 증조할아버지가 이걸 아신다면 크게 노여워하실까, 아니면 이해를 해주실까?”

[영문 참고자료 사이트]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2023/11/09/korean-independence-activist-reburial/

https://www.cincinnati.com/story/money/2020/12/24/guam-michelle-lee-named-washington-post-tokyo-bureau-chief/4001483001/

https://en.wikipedia.org/wiki/Michelle_Ye_Hee_Lee

https://www.washingtonpost.com/people/michelle-ye-h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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