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경쟁률 32대1… ‘청년주택’, 대기표 끊고 기다린다
“여의도에 있는 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데 집이 가까워 출퇴근이 편리하고, 월세가 싸서 정말 좋습니다.”
지난 27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7가에 있는 임대주택 ‘아츠스테이 영등포’. 이 곳 입주자 김태운씨는 “일반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찾아보기 힘든 커뮤니티 공간이 활성화돼 있다”면서 “또래 입주자들과 자주 교류하면서 취업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저에게는 ‘따뜻한 국밥’ 같은 집”이라고 했다.
아츠스테이 영등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21년 청년과 예술인 대상으로 공급한 ‘특화형 임대주택’이다. 지하 2층~지상 16층 총 51가구 규모다.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이 걸어서 10분쯤 걸리는 역세권이다. 임대료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7만~47만원. 인근 오피스텔 시세의 절반 수준이다. 1층에 들어가니 계단식으로 만든 복합문화공간 ‘에이홀’(A-hall)’이 보였다. 입주자들이 차를 마시면서 쉬거나 노트북을 들고 와 공부하고 일을 한다. 강연과 이벤트도 종종 열린다. 무인서점 겸 의류·문구류를 파는 편집숍 ‘비오오케이’(B.O.O.K.)도 입점했다. 침실은 각자 쓰되, 빨래방이나 주방은 다른 입주자와 공유하는 ‘코리빙’(Co-living) 형태다. LH 관계자는 “입주자 대부분 주거 만족도가 높아 내 집 마련 같은 확실한 이유가 아니면 스스로 나가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했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곳을 방문한 뒤 도심 청년주택 공급 확대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인기 치솟는 LH 청년주택
LH가 청년 임대주택을 처음 선보인 건 2018년. 올해까지 2만8617가구를 공급했다. 청년층 사이에선 LH 청년주택 인기가 높아 입주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입주 경쟁률은 평균 32.6대 1에 달한다. 지난 9월 서울 강서구 펜타콘스타이의 경우 최고 635대 1을 기록했다. LH 관계자는 “아예 대기표를 끊고 매일 입주 순번을 확인하면서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LH 청년주택 인기 요인은 입지와 가격이 첫 손에 꼽힌다.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들어서는데 임대료는 시세의 40~50%에 불과한 것. 민간 오피스텔처럼 에어컨·냉장고·가구 등 9가지 가전·가구를 붙박이(빌트인)로 공급해 목돈없이 몸만 들어가면 되는 것도 장점이다. 다른 청년 임대주택과 달리 건물 저층부나 루프탑에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한 것도 눈길을 끈다. 서울 성북구의 청년주택 ‘안암생활’ 지하에는 공유 세탁실과 공유 주방, 회의실 등 코워킹 스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입주자 창작품을 전시하는 ‘예술공방’도 있고 영화감상·요리수업·창업특강 등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수시로 진행한다. 안암생활 입주자 박재우씨는 “취미가 비슷한 사람끼리 소모임도 만들고 취업정보도 나눌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LH 특화형 임대주택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공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츠스테이 영등포와 안암생활은 코로나 여파 등으로 영업난을 겪던 호텔을 LH가 사들여 리모델링했다.
LH 특화형 청년임대주택은 만 19~39세 무주택 청년이 입주할 수 있다. 다만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이면서 총 자산은 3억61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
LH는 수요를 감안해 도심 교통 요지나 업무지구 주변 중심으로 특화형 청년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에서는 마포구 성산동, 강북구 수유동, 동작구 노량진동, 금천구 가산동 등지에서 특화형 청년주택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LH는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기존 건물 리모델링 방식 외에 신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특화형 임대주택 공급 대상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LH는 거주지 내 분만시설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원정 출산해야 하는 지역민이 도심 병원 인근에서 출산준비를 할 수 있도록 ‘응급산모 안심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고령자를 위해 주거편의와 돌봄, 일자리를 연계하는 고령자 안심주택도 운영한다. 고병욱 LH 국민주거복지본부장은 “건축비가 좀 더 들더라도 민간 임대 시장에서 외면하고 있는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 주거복지의 빈틈을 꼼꼼히 채워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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