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미·중 정상 간 기후협력, 갈림길에 선 한국
기후위기가 심각하다. 지난 11월 8일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올해가 지난 12만 5000년 중 가장 더운 한 해라고 발표했다. 7월 중국은 35℃ 이상, 북아프리카는 50℃까지 올랐다. 9월 11일 북아프리카에 발생한 홍수로 리비아의 ‘데르나 댐’이 붕괴하면서 2만여 명이 희생됐다. 기후위기가 만든 비극이다. 올해의 기후위기에 대해 10월 영국 ‘그란담 연구소’ 기후과학자 프리데리케 오토는 “이것은 공상적 통계 숫자가 아니라, 인류와 생태계에 다가오는 사형선고”라고 했다. 기후과학자들은 내년이 올해보다 더 덥다고 하니 걱정이다.
문제는 대책이다. 올 초부터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에너지 효율화 2배’를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실행할 국가들 간의 합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마침내 리비아 홍수가 있던 9월 11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결의했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했다. 최대 온실가스 발생국인 미국과 중국의 대립 때문이었다. 무역과 반도체,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시급한 기후위기 대책을 궁지에 몰았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11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중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 회담 동력은 무얼까? 미국 정치일간지 ‘폴리티코’는 미국은 중국과 관계를 안정시켜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전쟁, 다가올 미 대선에 집중하고, 중국은 코로나 후의 경제 불황과 위축된 해외투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정리했다.
미중 관계 회복의 서막을 연 것은 기후대책이었다. 정상회담 직전에 공개된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기후협력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지구촌 재생에너지를 3배 늘리고,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주(州)들과 중국 성(城)들 간 대규모 협력이벤트 개최를 결정했다. 국제사회의 의문은 미중 정상회담의 지속성 여부다.
정상회담 직전 제이크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한 번의 만남이 아니라, 앞으로 나갈 기반을 만드는 중대한 기회”라고 하면서 그 의문을 해결했다.
미중 정상회담 효과는 즉시 두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 중국과 유럽연합 간 정상회담 개최다. 블룸버그는 중국 제품 덤핑 조사로 관계가 악화된 유럽연합과 중국의 정상이 12월 7일 중국에서 정상회담을 한다고 보도했다. 미중의 협력이 곧장 유럽연합과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11월 30일부터 200개 나라가 참여하는 ‘제28차 유엔기후총회’(COP28)는 ‘기후붕괴를 막기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설비용량 10.5테라와트) 확대’를 의제로 정했고, 이는 유럽연합, 인도의 지지로 결의될 것이다. 이렇게 미중 정상회담은 지구촌에 재생에너지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태양광 설치에 국한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미중의 기후협력이 태양광, 풍력, 에너지 저장장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국제적 협력을 만들고, 민간 자본의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한국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 11월 APEC에서도 사실상 원전을 중심으로 무탄소연합(CFA)을 제안하고 회원국들의 협력을 요청했다. 10월 12일 정부는 14개 한국 기업을 추진멤버로 무탄소연합을 창립했다. 창립식에서 정부는 ‘무탄소연합이 국제적 논의를 주도하고, 글로벌 위상을 확보’하도록 아낌없는 지원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2030년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원전이 없다. 국제적 협력과 투자는 무탄소연합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연합이 주도할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만 원전 중심의 무탄소연합을 지원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의 시대에 미국 중국 유럽연합 인도 유엔이 주도할 대세는 벌써 결정됐다. 갈림길에 선 한국. 잘 성찰하고, 잘 선택해야 할 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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