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거면 사직서 써!” 해고일까 아닐까… 이런 분쟁 3년 간 늘었다
‘해고여부 다툼’ 25.8%로 최대치… 중노위, ‘직장인 고충 솔루션’ 운영
협약 맺은 사업장에 분쟁 발생 땐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해결 도와
회사 대표가 근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이건 해고에 해당할까, 그렇지 않을까. 지난해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A 씨는 대표에게 이런 말을 듣고 곧장 회사에서 나와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그날 아침 비가 내려 야외 설치작업이 어려워지자 작업반장은 “오늘은 작업을 그만하자”며 작업장을 먼저 나갔다. A 씨도 뒤따라 퇴근하려 하자 대표가 “오후에는 작업이 가능할 수도 있으니 기다려 보라”고 지시했다.
A 씨는 “비가 많이 와서 작업이 어렵고 작업반장도 없으니 퇴근하겠다”며 대표와 언쟁을 벌였다. 말다툼 끝에 대표가 “그렇게 집에 가고 싶으면 그만두고 가라”고 하자 A 씨는 이를 해고로 받아들인 것이다. A 씨는 관할 노동위원회에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 “해고 맞나요?” 다투는 분쟁 증가
‘해고 존부’ 사건의 비중은 2021년 15.0%에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해고가 맞는지 다투는 분쟁이 많아지는 건 이에 대한 근로자와 사용자의 인식이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회사 대표가 직원에게 “이렇게 일하라면 사직서를 쓰라”고 말한 것을 두고 대표는 “직원의 근무 태도를 바로잡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하는 반면 직원은 해고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앞서 A 씨의 사례에 대해 노동위는 회사가 A 씨를 해고한 것은 아니라고 최종 판정했다. 당시 대표의 발언은 근로자의 퇴근 요구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고, 먼저 나간 작업반장의 경우 미리 대표에게 외출 허락을 받은 데다 오후에 다시 복귀한 점 등이 고려된 것이다. 결국 A 씨는 해고가 아닌 자진 퇴사로 처리됐다.
사용자가 해고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경우도 종종 분쟁으로 이어진다. 한 서비스업체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B 씨는 다른 동료와 함께 영업이사에게 불려갔다. 당시 회사 대표는 영업 악화로 매출이 감소하자 내부 회의에서 자주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토로하곤 했다. 영업이사는 “회사가 (매출 악화로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며 “나갈 사람이 정해지면 한 달 치 월급을 더 줄 테니 두 분이 얘기를 잘 해보라”고 말했다.
B 씨는 동료와 상의한 끝에 자신이 퇴사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회사에 서면으로 ‘해고 통지’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표는 자신이 해고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B 씨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받은 노동위는 대표가 B 씨를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인정했다.
● 근로자 권리의식 높아져 문제 제기↑
전체 해고 관련 분쟁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21년 4246건에서 2022년 4601건으로 8.4%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3222건이 접수돼 연말까지 지난해 연간 건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노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근로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해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잘잘못을 따지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분쟁에 비해 직장을 잃어버리는 해고 관련 분쟁은 근로자들이 특히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중노위는 올해 9월부터 해고를 포함해 직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직장인 고충 솔루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노동위와 협약을 맺은 사업장에 관련 분쟁이나 고충이 발생하면 전문가가 찾아가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돕는 제도다.
중노위 측은 해고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근로자가 처음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 내용을 꼼꼼하게 챙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해고를 다툴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사용자에게 해고의 의사가 있는지 명확하게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사용자도 직원을 해고하기 전에 관련 규정에 따라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 등을 잘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고 존부(存否) |
해고가 맞는지 여부를 다투는 사건. |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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