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PT 앞두고 치열한 보안작전...부산엑스포 오늘 운명의 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까지 30시간가량 남은 27일 오전(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남서부 외곽의 공연·행사장 ‘팔레데콩그레(Palais des Congrès)’. 제173회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릴 이곳은 벌써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국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 후보 도시들의 최종 프레젠테이션(PT) 리허설을 앞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9시 45분 리허설에 나선 한국 대표단은 PT 연사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삼엄한 보안 작전을 펼쳤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행사장 정문을 통해 기자들의 주목을 끌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다른 연사 3명이 순식간에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한 여성 연사는 얼굴 대부분을 가리는 큰 마스크를 써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한국 대표단은 이번 PT에서 “숨겨 놓은 마지막 ‘한 방’을 공개하겠다”며 철저히 함구 중이다.
부산 엑스포 유치 여부를 가를 BIE 총회는 28일 개막해 부산을 시작으로, 로마와 리야드의 최종 PT가 20분씩 이어진 뒤 182개 BIE 회원국 대표들의 투표가 시작된다. 투표 결과는 한국 시각으로 29일 0시 30분쯤 나올 전망이다.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은 국가가 없으면, 1·2위 국가를 놓고 2차 투표가 벌어진다. 현지 언론들은 “사우디를 공개 지지한 나라가 120여 국에 달한다”면서도 “최근 부산이 사우디를 빠르게 따라붙어 결과를 예단하긴 힘들다”고 보고 있다.
한 총리가 26일 밤 도착하면서, 현재 파리에는 정부 고위 대표단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 회장) 등 재계 고위 인사들, 또 반 전 총장과 박형준 부산 시장 등이 집결해 마지막 결전을 준비 중이다. 한 총리는 이날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시내의 한 한식당으로 직행, 민·관 유치위원회 핵심 인사들을 만나 최종 교섭 전략을 조율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끄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민관 유치위원회와 국제박람회기구(BIE) 한국 대표단은 27일 이른 시간부터 득표 활동에 나섰다. 정부 대표단과 삼성·SK·LG 고위 관계자들이 조찬장에서 해외 인사들을 만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은 이날 유치위 주최로 열린 BIE 세미나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했다. 이 세미나엔 아프리카 지역 BIE 대표와 주요 장관급 인사 등 수 십 명이 참여했다. 반 전 총장 재임 시절(2007~2016) 유엔에서 근무한 한 외교관은 “반 전 총장은 재임 당시 거의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했고 현지 정부 인사들과 친분도 있어 막판 한국 지지세 확산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회원국 68국 가운데 66국이 사우디 지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국부 펀드를 앞세운 150억달러(약 20조원)의 차관(借款) 약속에 포섭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치위 고위 인사는 “최근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공유하겠다’는 우리 쪽 설득에 이 지역 국가들이 상당한 공감을 보이고 있다”며 “2차 투표에서 한국을 지지할 만한 나라들이 있다”고 전했다.
한 총리와 방문규 산자부 장관, 주요 그룹 총수와 사장단은 오후에도 30분 단위로 일정을 나눠 촘촘하게 BIE 회원국 대표들을 만났다. 다만 동선은 극비에 부치고 있다. 우리 쪽이 접촉한 인사를 사우디가 바로 찾아가는 일이 벌어지면서다.
PT 연사와 내용을 비밀로 하는 등 정보 노출도 최소화하고 있다. 한국 대표단은 사우디의 ‘빈틈’ 공략에도 적극 나섰다. 각국 대표들이 본국 정부 방침과 다르게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BIE 회원국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BIE 대표들은 파리 현지에서 접촉해 마음을 사로잡는 이른바 ‘투 트랙(two track)’ 접근 전략을 쓰고 있다. 각국 대표들이 어디에 투표했는지는 추후에 공개되지 않는다.
부산시 범시민유치위원회도 파리 곳곳에서 부산 엑스포 띄우기에 나섰다. 27일 오후 노트르담 성당과 루브르 박물관 광장 등에서 파리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복 체험 행사를 열었다. 또 오후 5시에는 파리 센강 유람선에서 ‘부산 엑스포 청사초롱 불 밝히기’ 행사가 열렸다. 부산 엑스포 홍보 광고를 내건 버스와 택시 2500여 대가 파리 곳곳을 누비는 가운데, 부산시 등도 개선문 광장 근처 등에 ‘부산은 준비됐다(Busan is Ready)’, ‘부산이 최고(Busan is No.1)’ 등의 전광판 광고를 내놨다.
부산 현지 분위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27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 시민 300여 명이 모여 ‘2030 부산세계박람회’, ‘멋지다 부산, 가즈아~’ 등의 문구가 적힌 깃발과 태극기를 흔들고 “엑스포 유치! 꿈은 이루어진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쪽에서 “부산에 유치해! 됐나?” 하면 다른 쪽에서 “됐다” 하고 외쳤다. 해운대해수욕장 이벤트광장에 설치된 에펠탑 조형물 앞에도 시민과 해외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어 에펠탑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
개최지 투표 당일인 28일 오후 8시 30분부터는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시민 1000여 명이 모여 ‘부산 성공 유치 시민 응원전’을 펼친다. 또 ‘2030 부산월드엑스포 축제집행위원회’도 이날 남구 대연동 부산박물관에서 해군작전사령부 군악대 특별 응원 연주, 동구여성합창단 응원 공연, 참여 시민 응원 함성 등으로 이뤄진 ‘엑스포 유치 염원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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