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빚내 집 사라’는 영끌 정책
30대 직장인 A씨는 집값이 급등한 2021년 주택담보대출 4억원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 그는 요즘 잠을 못 잘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6억원까지 올랐던 집값이 4억원대로 떨어져 고민 끝에 급매로 집을 내놨는데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가능한 모든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한 ‘영끌족’이다. A씨처럼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아 투자했다는 영끌족이 상당수다.
지난해 20~30대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집을 대거 처분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전국에 걸쳐 12만채를 던졌다. 집값이 한창 떨어지는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하락한 집값이 조금 회복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정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집값이 더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런데도 여전히 집을 사는 영끌족이 많다. 올해 3분기까지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총 31만6천603건이다. 이 중 2030세대가 사들인 건수는 9만9천991건으로 31.6%를 기록했다. 30대가 산 아파트는 8만5천701건(27.1%)으로 40대가 매입한 8만2천77건(25.9%)을 웃돌았다.
청년층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 정부의 ‘50년 만기 주담대’가 빚내서 집 사게 하는 데 일조했다. 대출받아 집 사는 젊은이들이 많으니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영끌족이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무주택 청년에게 저금리 주담대를 제공하는 ‘청년 내집 마련 123주거지원 프로그램’을 또 발표했다. 청년(만 19~34세) 전용 청약통장을 신설해 청약 당첨 시 2.2% 금리로 분양가의 80%까지 최장 40년 대출을 해준다는게 골자다. 파격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기는 게 옳은지 의문이다. 청년과 무주택자들이 집을 못 사는 것은 대출 장벽보다는 집값이 너무 비싸서다. 대출로 집 사라 하지 말고,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게 더 실효성 있는 정책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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