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치유의 도시, 집과 이웃
출생률은 가파르게 줄고 나 홀로 가정이 늘고 있다. 세상살이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질수록 누구를 책임져야 하는 책임감에서 자유롭고 나만 생각해도 되는 나 홀로 삶은 점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나 홀로 삶에도 집은 중요하게 존재한다.
그러면 집이란 무엇일까. 건축적 공간으로서의 집은 외부 사회로부터 분리되는 은밀하고 독립된 공간을 의미한다. 또 그곳은 나 이외의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로서의 가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이 도시를 형성해 사회적 목표를 공유하며 함께 모여 살기 시작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전체 가구수의 50%를 넘었고, 인천은 2021년 통계를 보면 약 65%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파트나 연립, 다세대 등 일정 토지 위에 밀도가 높은 수직적 형태의 집합적 주거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켜켜로 쌓인 공간 위에서 같은 토지를 공유하는 이웃으로 살고 있지만, 우린 얼마나 이웃을 공동체로 인식하고 있는가.
미국의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사회가 진보할수록 제1의 장소인 ‘가정’과 제2의 장소 ‘직장’에 이어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제3의 장소’로서의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중요해진다고 설명한다. 제1의 장소인 가정과 제2의 장소인 직장 외에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만나 교류하는 데 필요한 장소, 즉 제3의 장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사람은 가정이나 일터에서 주어지는 사회적 역할만으로는 본연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고, 그래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교류 활동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단지에서 거주하면서 우리들에게 이러한 제3의 장소인 지역사회와 커뮤니티는 더욱 중요한 삶의 요소가 되고 있다.
도시민으로서의 삶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사회적 역할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치유할 공간으로서 나 홀로 집은 매력적인 공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도시에서 사람들과 겪는 다양성이 갈등과 스트레스로 인식돼 고립된 삶을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당한 갈등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며, 차이를 뛰어넘는 의사소통으로 문화적인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안에 치유의 의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나 주차장, 단지 코너의 횡단보도 앞에서도 서로를 알아봐 주고 인사를 건넴으로써 우리는 사회적 가치를 발견하기도 한다. ‘한 아이를 훌륭히 키우기 위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격언처럼 집으로부터의 치유가 이웃과 더불어 이루어진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며,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과 인사를 나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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