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칼럼] 대응과 응징은 ‘안보’일 수 없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 남과 북은 현재에도 군사적인 이해 충돌이 무력으로 번질 수 있는 많은 요소를 가지고 있기에 국가 안보만큼 중요한 국정 기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군사적 불안요소에 대한 안정감을 보수 정권은 늘 강조해 왔고 현재 윤석열 정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우리는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공식적으로 남북의 두 정상이 9·19 군사합의서를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도발을 명백하게 이어 왔듯 북한이 비상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가라는 것은 이미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작년 12월, 북한의 무인기가 우리의 영공을 무단으로 침입해 대통령실의 집무실 근처까지 침범했으며 연이은 위성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군사합의를 수차례 위반해 왔다. 그렇기에 새로이 출발한 윤석열 정부는 이미 실효가 없고 사문화됐다는 이유로 9·19 군사합의서를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몇 차례 되풀이했고, 결과적으로 지난 21일 밤에 정찰위성을 또다시 발사했다는 이유로 22일 비행금지구역을 정한 합의서 1조 3항을 우리 정부가 무력화하자 다음 날인 23일 북한도 군사합의 전체를 무효로 한다고 발표하고 말았다.
우리 정부는 강한 군대를 강조하며 북한의 도발에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대응과 응징으로 안보를 이어갈 수 있을까? 실제 9·19 군사합의가 실효성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라.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단 한 번의 군사적 합의가 없었던 상황에 실효가 없다 하더라도 최초이자 유일한 단 하나의 안전장치인 합의서를 파기해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행했던 조치들을 철회하고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며 어려운 경제 상황에 국방비까지 증액시켜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물론 합의서 파기로 인해 북한에 대한 첩보 활동이 자유로워져 북한의 움직임을 예견해 대응과 응징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더라도 과연 안보를 대응과 응징으로 지킬 수 있을까.
더욱이 정부의 발표와 대응 또한 들쑥날쑥해 발표의 신뢰감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3월과 8월에도 북한은 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큰 위협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안보에 대한 불안감은 없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과 3개월 만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얘기하면서도 북한의 작전 성공 발표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일관성 없는 태도에 국민은 ‘정부의 발표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하는 의아심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신임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은 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며 지난 10월에는 고위 장성들을 전원 물갈이하고, 더욱이 국정원장과 국정원 차장들을 갑자기 경질하는 정부의 인사와 대응을 보며 국민이 안보에 안심할 수 있을까.
수도 서울에서 군사작전을 하듯 강한 군대를 어필하며 국군의 날 퍼레이드 행사를 진행하고 미국과의 연합작전을 수행하며 국가 차원에서 최첨단 정보 수집 능력을 통한 안보를 어필할 수도 있지만 세계 최고의 정보력과 최첨단 방어망을 구축했다고 자부하던 이스라엘도 하마스라는 국가도 아닌 무장단체의 기습공격에 무방비로 피격돼 현재 전쟁 상황인 점을 생각하면 철저한 대응과 강한 응징보다는 예방이 더 최선임을 정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9·19 군사합의가 실질적 효력이 있고 없음을 떠나 실오라기와 같이 잡고 있던 남북의 유일했던 군사적 합의 자체가 사라져 버린 작금의 현실에서 과연 우리의 안보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는가에 대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정권마다 지향하는 정치적, 군사적 방향은 분명 다를 수 있지만 누가 보더라도 이번 9·19 군사합의 파기는 마치 안보를 군사작전 실험하듯 너무도 성급했다. 잊지 마라! 안보는 ‘대응하는 것’이 아닌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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