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선거에 지기로 결심했다면, ‘막말 정치’ 계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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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에 막말이 난무한다.
이 때문에 상대편을 악마 화 하는 진영정치는 막말 정치를 동력삼아 전선을 굳건하게 구축한다.
이처럼 정치의 역할을 갈등의 조정과 문제의 해결이라고 본다면, 지금 한국에 정치는 존재하지 않고 갈등의 골을 더 패이게 하는 막말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선거에 지기로 단호하게 결심했다면, 막말정치를 계속 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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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 막말 수위 ‘심각’…‘공적 합리성’ 추구 중도 층 잃는 몰락의 길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에 막말이 난무한다. 암컷이 설쳐, 부모가 잘못 키워 등등, 그 수위도 심각하다. 저잣거리에서 뱉어진 말이었다면 서로 죽기 살기로 주먹다툼이 벌어졌을 일이다.
심리학에서 막말은 일종의 방어기제로 해석한다. 창피함이나 두려움 같은 부정적 정서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자기보호 차원에서 전개하는 전술적 방법이라는 얘기다. 이를테면 상대의 약점을 후벼 파는 막말 정치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공허함을 회피하기 위한 전술인 셈이다.
막말은 편 가름 정치의 산물이기도 하다. 내 편 사람들의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통상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함께 욕해주는 이를 좋아한다. ‘내 적의 적은 내 친구다’ 라는 언급은 ‘증오 펠로우십’의 전형적 도식이다.
이 때문에 상대편을 악마 화 하는 진영정치는 막말 정치를 동력삼아 전선을 굳건하게 구축한다. 진영을 이끄는 장수들은 쉽게 막말의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정치는 일반적으로 언어로 이루어지는 행위 또는 현상이다. 영국 정치학자 버나드 크릭은 ‘정치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은 다음 달래고 조정해서 타협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처럼 정치의 역할을 갈등의 조정과 문제의 해결이라고 본다면, 지금 한국에 정치는 존재하지 않고 갈등의 골을 더 패이게 하는 막말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고등어가 가득 들어와야 할 어부의 그물에 촉수에 독침이 있는 무익한 해파리만 가득 찬 꼴이다.
막말의 정치는 곧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 본연의 역할을 가로막고 있기에, 정치문화를 오염시킨다. 오염된 강물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수영을 할 수 없듯이 그 어느 진영에도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 정의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본성을 두고 볼 때 ‘폴리스는 개인에 앞선다’고 주창했다. 도시국가 아테네의 폴리스는 지금의 국가 공동체의 의미를 지녔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폴리스 우선주의’ 주창은 서양 정치철학에서 ‘공적 합리성’이라는 개념으로 정착됐다. 공공성의 추구가 개인의 사유와 욕망의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가치체계다.
정치적 지지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중도 층의 지지율은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정당 지지율 보다는 중도층의 지지율 추세가 선거에 핵심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진단한다. 정당의 행태에 그때그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중도의 표심을 잡지 않으면 선거에 망한다는 얘기는 그래서 선거판에서 진리인 양 존재한다.
중도는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당 층과는 또 다른 개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폴리스 우선주의에서 유래된 서양 정치철학의 개념으로 해석하자면 ‘공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그룹이다. 중도 층은 어느 정치세력이 공적 합리성에 근접해 있느냐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자기 증오에 사로잡힌 ‘막말 정치’는 공적 합리성의 반대말임에 틀림없다. 이쯤에서 여야 정당에 충고를 하나 드린다. 선거에 지기로 단호하게 결심했다면, 막말정치를 계속 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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