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지지율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는 현실[동아광장/한규섭]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2023. 11. 2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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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업체 따라 지지율 추정값의 편차 크고
ARS, 면접 조사방식 따라 순위 뒤바뀌기도
‘여론조사심의’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이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당 지지율, 총선이 다가오면서 모두가 관심을 갖는 질문이다. 상식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정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조사 방식은 물론 업체별로 너무나 다른 답을 내놓기 때문이다.

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대통령 및 정당 지지율 전수를 취합하여 분석한 결과를 매주 모 방송사의 여론조사 팩트체크 사이트에 제공 중이다. 이를 위해 미국 정치학계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이먼 잭먼 전 스탠퍼드대 교수의 방법론을 적용해, 각 조사업체가 가진 고유한 경향성을 보정한 후 지지율을 추정한다. 2017년 대선 이후 계속해 오고 있는 분석이다.

이달 23일까지 실시된 775건의 여론조사를 분석해 보면 34.4% 대 36.3%로 더불어민주당이 약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사업체별 지지율 추정값의 차이를 살펴보면 편차가 엄청나다. 특히 국민의힘(‘국힘’)보다 민주당 지지율 추정값에서 차이가 컸다. 국힘 지지율을 가장 높게 추정한 업체들은 여론조사공정, KOPRA, 코리아정보리서치 등이었는데 평균보다 각각 약 5.9, 4.1, 3.0%포인트 정도 높게 추정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을 가장 높게 추정한 업체는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꽃, 리얼미터 등이었는데 평균보다 각각 9.2, 7.9, 7.7%포인트 높게 추정해 국힘 경우보다 그 정도가 훨씬 컸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모두 자동응답(ARS) 방식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ARS의 낮은 응답률 때문에 양 진영의 극단적인 지지층이 과대 표집되어 나타난 현상일까. 실제로 ARS 조사는 평균적으로 민주당(41.3% 대 32.7%)은 물론 국힘(37.0% 대 32.1%), 그리고 대통령(37.4% 대 33.8%) 지지율까지도 전화면접 조사보다 높게 추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ARS와 면접조사 간 차이가 국힘이나 대통령 지지율보다 민주당 지지율에서 더 컸다. 이는 국힘의 강성 지지층보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이 더 결속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소위 ‘개딸’ 현상과도 일맥상통하는 현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화면접과 ARS로 나누어 재분석해 보면 ARS에서는 민주당(41.3%)이 국힘(37.0%)을 4.3%포인트 차이로 비교적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국힘(32.1%)과 민주당(32.7%)이 불과 0.6%포인트 차이였고 1주 전에는 오히려 국힘(34.2%)이 민주당(32.5%)에 약간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ARS가 보이는 이러한 경향성만으로 일부 업체들의 민주당 지지율 과대 추정 정도를 전부 설명하긴 어려워 보인다.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꽃, 리얼미터 등은 다른 ARS 조사들과 비교해도 민주당 지지율을 상당히 높게 추정했기 때문이다. ARS 조사들만 따로 취합하여 정당 지지율을 재추정해 보아도 세 업체는 8.3, 6.2, 4.8%포인트 정도 민주당 지지율을 높게 추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의 95% 신뢰구간 상하한 값이 약 3%포인트 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차이다.

일각에서는 응답률이 낮은 조사는 금지해야 한다는 등의 과격한 주장을 펴기도 하지만 이는 언론자유 침해로 볼 여지도 있어 어떤 특정 조사 방식이나 응답률을 기준으로 조사 자체를 제한하기도 어렵다.

얼마 전 한국조사협회에서는 응답률 10% 이하 조사는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 공표했다. 그러나 정작 응답률이 낮은 대부분의 ARS 업체들은 아예 한국조사협회 회원사가 아니다. 따라서 한국조사협회의 발표는 선언적 의미밖에 없다. ‘불량 조사’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려면 언론이 자발적으로 규약을 만들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조사는 보도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이념적 양극화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이해관계가 갈리고 과열된 ‘클릭 경쟁’으로 자기 언론사 기사에서 비판한 업체나 조사를 다른 기사에서는 크게 인용하기 일쑤인 우리 언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나서야 할 문제다. 사실 외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여심위가 이미 2014년에 설치된 사실 자체가 여론조사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하지만 여심위가 설치되어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체의 정치적 독립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에서 이것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더구나 여심위가 설치된 지 10년이 되어 오지만 여론조사를 둘러싼 논란은 점점 커져 온 현실을 고려하면 여심위 제도 자체의 시효가 다한 것은 아닐까.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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