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콩ELS “원금손실 없다”는 은행 말 믿고 가입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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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통상 3년 만기인 ELS는 만기 때 기초자산 가격이 판매 시점보다 35~55% 이상 하락하면 손실이 나는데, 국내 5대 은행에서 팔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되는 ELS 규모만 8조4100억원에 이른다.
해당 ELS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우량기업 50곳을 추려 산출한 지수를 추종한다.
은행들은 가입자들이 상품 설명을 듣고 답변한 대화 녹음과 서명이 있다고 항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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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ELS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우량기업 50곳을 추려 산출한 지수를 추종한다. 기초자산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수익을 거두는 구조다. 당시 저금리 기조라서 은행에 돈을 넣어둬 봤자 연 1% 정도의 이자를 받던 시기라 3∼4%를 준다는 이 ELS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은행은 3~6개월마다 중도상환이 가능한 이 상품으로 비이자 수익을 톡톡히 올릴 수 있어 판매에 열을 올렸다. 미·중 갈등과 중국 기업 실적 악화로 지수가 이렇게 급락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그렇다고 은행이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ELS는 구조가 복잡하고 기초자산이 원금손실 발생 기준선(녹인 배리어)을 벗어나면 대규모 손실이 나는 고위험 상품이다. 은행은 상품을 팔 때 충분히 이 같은 위험성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2019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 보호 의무가 더욱 강화된 터다. 하지만 적잖은 가입자들이 은행의 불완전 판매를 고발하고 있다.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으로 들었다”, “높은 금리도 필요 없고 원금만 보장되면 된다고 했는데…”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금융당국이 판매사에 대한 현장 전수조사에 나선 만큼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은행의 책임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은행들은 가입자들이 상품 설명을 듣고 답변한 대화 녹음과 서명이 있다고 항변한다. 20분여 동안 인공지능(AI)한테서 형식적으로 듣는 설명이 얼마나 충실할 수 있었을까. 차제에 은행이 고난도 금융상품을 팔도록 하는 게 적절한지 따져볼 일이다. 은행들이 이자놀이를 한다는 비판 속에서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전문 인력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서 ELS 신탁 판매 등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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