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두가 누리는 일상돌봄을 위하여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우리의 가족 형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모, 자녀 등으로 이뤄진 대가족이었다. 어르신이나 아이들을 돌볼 때 가족 구성원은 물론, 온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서로 돌보고 도우며 사는 것이 당연한 시대였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이자 미덕이었다.

그러나 인구·사회구조가 변화하며 가족 내 돌봄은 점차 어려워지고, 이에 대해 국가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국가의 공적 돌봄서비스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2011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시행, 2013년 0~5세 무상보육 본격화 등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다. 인구·사회구조가 급격히 바뀌었지만, 돌봄 대상은 과거의 취약계층인 노인·장애인·아동에서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최근 가족해체, 고립, 정서적 어려움 등이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위험은 기존의 돌봄 취약계층에게만 국한해 찾아오지 않는다. 건강하고 사회적 활동이 활발해 그간 국가의 지원이 필요 없다고 생각되던 연령대인 중장년과 청년마저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장년의 위기는 ‘고독사’라는 사회문제로 찾아왔다. 2022년 복지부 실태조사 결과, 전체 고독사 사망자 10명 중 6명이 50~60대 남성인 점이 이를 입증한다. 중장년이 고독사 위험이 가장 큰 연령대이다. 청년의 경우, 사회 진출을 준비할 시기에 가족 부양으로 빈곤, 우울 등 어려움에 처한 가족돌봄청년이 전국적으로 약 1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중장년과 청년에게 지원되는 돌봄서비스는 거의 전무하다. 저소득으로 생계급여 등을 받을 수는 있으나, 다른 복지제도에 대한 접근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올해 5월 ‘사회서비스 고도화 방향’을 통해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국민 중심 돌봄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 핵심사업의 하나가 올해 하반기부터 16개 시·도 51개 시·군·구에서 시작된 ‘일상돌봄 서비스’이다. 일상돌봄 서비스는 돌봄이 필요한 중장년과 가족돌봄청년을 대상으로 재가 돌봄·가사와 함께 심리지원, 병원동행, 교류증진, 식사·영양지원 등의 특화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다.

수술이나 부상으로 홀로 생활하기 어려운 분들은 집에서 돌봄, 가사지원과 함께 병원 동행, 건강식 배달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고립이나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심리지원, 소셜다이닝 서비스를 통해 사회와 교류하고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만, 일상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사업 초기인 만큼 아직은 필요한 누구나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되진 못한 듯하다. 지역에서 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당사자인 중장년과 청년이 돌봄서비스 이용을 낯설어하거나 본인은 이용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정부는 앞으로 일상돌봄 서비스 수행지역 확대, 적극적 홍보 등을 통해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사업을 추진해나가고자 한다. 또한, 돌봄이 필요한 분들이 편견이나 어려움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다. 일상돌봄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미래인 청년과 든든한 버팀목인 중장년이 삶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안정적인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