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7조원 예산이 또 밀실로... 여야, 비공개 위원회 가동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27일부터 밀실 심사 단계로 넘어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자 여야 의원 3명이 주도하는 ‘소(小)소위원회’에서 657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다루는 것이다. 법에도 없는 기구라 비공개로 진행된다.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다. 총선을 앞둔 21대 국회 마지막 예산 심사기 때문에 여야 간 ‘쪽지 예산’ 나눠 먹기와 포퓰리즘 예산 증액 여부가 주목된다.
여야는 이날 국회에서 예결특위 위원장인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예결위 여야 간사인 송언석·강훈식 의원과 기획재정부 2차관·예산실장 등만이 참여하는 소소위를 시작했다. 원래 예산안은 각 상임위가 예비 심사를 한 뒤 예결특위 본심사를 거쳐 본회의로 넘어간다. 그러나 예결특위에서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다면 극소수 인원만 참여하는 소소위에서 쟁점 예산을 다룬다. 매년 관행처럼 됐다.
문제는 소소위 예산 심의가 아무런 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모든 소위는 공개가 원칙이다. 여야가 합의하면 비공개로 진행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어 비공개로 진행되고 회의록도 남지 않는다.
소소위에서는 현재 쟁점인 연구·개발(R&D) 예산, 검찰 특수 활동비, 원전·재생에너지 예산,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 화폐 예산 등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소소위 때는 야당의 요구로 지역 화폐 예산을 살리는 대신, 여당 요구인 법인세율 인하가 받아들여졌다. 올해도 윤석열표 예산인 원전 예산 등을 지키기 위해 이재명표 예산을 일부 증액하는 식의 절충이 예상된다.
여야가 밀실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각 당 지도부 지역구의 ‘쪽지 예산’ ‘카톡 예산’ 나눠 먹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또한 쪽지 예산을 상수로 본다. 지역구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늘려달라는 요구는 ‘예산 증액’ 요구이기 때문에 헌법상 반드시 정부 동의를 거쳐야 한다.
한 예산통 관료는 “정부도 국정 과제 예산 사수를 위해, 이를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줘야 할 ‘카드’는 몇 개 남겨놓기 마련이다”라며 “소소위에 들어오는 의원들이 간혹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어 과도하게 쪽지 예산을 요구해, 예산 심사 기일이 밀린 적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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